▲로첼A 마나다씨
하병주
"시험은 합격했지만 아직 정식 간호조무사가 아니라서 간병인 일을 돕고 있어요. 그래도 너무 기쁩니다. 꿈이 하나씩 이뤄지는 것 같아요."
13일, 경남 사천에 있는 한 병원에서 만난 로첼A 마나다씨는 생기가 넘쳤다. 마침 환자들의 물리치료를 돕는 중이어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말과 행동에는 '신명'이 느껴졌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사실 걱정이 좀 되긴 하는데, 그래도 자신 있습니다. 앞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고 해서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마나다씨는 무엇보다 자신이 전문직업을 가질 수 있음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에게 그런 길을 열어준 곳은 다름 아닌 삼천포서울병원이다.
지난해 이 병원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결혼이주여성들도 전문직업을 가져야 생활이 안정될 수 있다"라고 이정기 센터장이 의견을 내자, 이승연 병원장이 "그럼 간호조무사 지원자가 있으면 우리가 무상으로 교육시키겠다"고 화답했다.
이때부터 마나다씨를 비롯한 두 명의 여성이 전액 무료로 이 병원 부설 삼천포서울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과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비록 한 여성은 아깝게 떨어졌지만 마나다 씨는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결혼이주여성이 대한민국에서 전문직업을 갖는 일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흔치 않았다. 물론 마나다 씨처럼 필리핀에서 시집온 여성들은 영어강사로 일할 기회라도 있지만, 그 외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은 자국에서 나름의 고등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력을 펼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은 까닭이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 이런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마나다씨가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 간호조무사로 일할 기회를 얻은 것처럼 다른 여성들의 도전도 활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