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고철환 서울대 교수가 1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에서 요시다 타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유성호
이날 특강의 핵심 고민은 바로 이런 물음들이었다. 특강의 텍스트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었으니 참석자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늘 푸른 생명의 땅으로 가꿀 수 있을지를 생각한 건 당연했다.
일본인 요시다 타로가 집필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어떻게 도시농업을, 그것도 유기농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현재 쿠바는 생태 유기농업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시선을 끌고 있다.
책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듯, 쿠바가 유기농업을 적극 도입하고 도시 자투리 땅을 활용해 도시농업을 짓기 시작한 역사는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
사실 쿠바의 유기농업은 똑똑한 계획에 의한 선택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처절한 선택이었다.
쿠바는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과 인접한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원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자 쿠바의 경제는 요즘 말로 하자면 '한 방에 훅' 가버렸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 봉쇄도 시작 됐다.
경제 봉쇄와 원조 중단이 낳은 쿠바의 유기농 혁명결국 쿠바는 먹고 살기 위해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농사를 지었고, 농약이나 비료 등이 없으니 당연히 유기농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쿠바의 불가피한 선택은 오늘의 '푸른 쿠바'가 증명하듯 대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런 성공이 우연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국가는 농업을 장려했고, 연구자는 새로운 농법을 연구했으며, 인민들은 서로 협력해 유통개혁을 이뤄냈다.
1990년 쿠바의 식량자급률은 45%에 머물렀지만, 2002년에는 95%로 바뀌었다. 거의 100% 식량자급을 이룬 셈이다. 그것도 친환경 유기농으로! 식량만이 아니다. 쿠바 유아 1000명 당 사망률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낮고, 교사 1인당 학생, 과학자와 의사 수 등 각종 사회지표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농약과 제초제 치고 비료를 듬뿍 주는 대한민국의 농업지표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농업생산지수에서 30개국 중 28위다. 식량 자급률은 28%에 불과하고, 전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게다가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고작 5%다.
결국 쿠바, 그중에서도 수도 아바나의 자투리 땅을 이용한 도시농업의 성공은 '식량 약소국'인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