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표지
이날 강독회의 주제는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이었다. 조기숙 교수는 강연 발제문 머리말에서 "강의를 준비하면서 책을 다시 읽었을 때 매 구절마다 노 전 대통령이 느꼈을 좌절, 고통, 외로운 결단이 뼛속 마디마디 전해오는 느낌이었다"며 "책을 잡을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과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1918년생인 번스 교수는 대통령리더십 분야의 독보적인 정치학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조 교수는 매릴랜드 대학의 제임스맥그리거번스 리더십아카데미에서 번스 교수와 <리더십사전> 편찬 작업을 함께 한 바 있다.
조 교수는 "번스는 그의 전작인 <리더십 강의>에서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구분했는데 보통의 리더들은 대개 양자의 리더십을 섞어서 구사한다고 한다"며 "거래적 리더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는 거래를 통해 추종자를 움직인다면, 변혁적 리더는 뛰어난 비전과 도덕성으로 추종자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번스가 말하는 변혁적 리더의 대표적인 예는 간디, 만델라, 마틴 루터 킹, 링컨, 루즈벨트 등인데, 나는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한 뒤, "변혁적 리더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와 그 목표에 적합한 수단, 그러한 목표와 수단을 측량해낼 수 있게 한 확고한 가치기준, 그리고 리더십의 가능성을 제공했던 경제적,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번스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조 교수에 따르면 번스 교수는 욕구(wants)와 필요(needs)라는 리더십의 심리학에 천착했다. "리더십은 변화에서 시작되고, 변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력한 물질적·심리적 욕구가 싹트면서 시작된다고 한다"는 것이다.
"욕구와 필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필요는 욕구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둘은 다르다. 번스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의존했다. 생존을 위한 육체적, 생물적 욕구가 매슬로의 위계구조의 가장 아래에 놓여 있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생존의 욕구가 완성되어야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지난 대선은 물질에 대한 욕망 프레임으로 치러진 선거였다"며 "국민들의 필요가 마치 물질주의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필요가 아닌) 국민의 욕구를 잘 알아내는 사람이 바로 변혁적 리더가 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왜 2002년에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투표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지역주의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등 돌린 수도권 30~40대의 욕구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또 "리더십과 국민 문화가 맞아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개연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욕구는 복지인데, 불도저 리더십, 경제 성장에 대한 환상,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환상,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환상이 우리 사회에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사람은 변혁적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대한 변화는 반드시 갈등을 유발한다. 갈등은 변혁의 과정에서 역동적인 힘으로 융합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그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상상력이다. 창조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혁명적 변화의 시기는 창조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 때 지도자들은 추종자가 되고 추종자들은 지도자가 된다. 창조성은 좌절된 욕구와 필요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미래의 추종자들은 창조적 리더십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틀이 그들의 근본적인 욕구, 불만, 희망에 직접적으로 와닿을 때에만 비로소 리더십에 반응을 보인다."
조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남아 있는 변혁적 리더는 누구냐"는 질문에 거듭 "굉장히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 변혁적 리더"라고 답한 뒤, 이날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