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사태 계기로 연예산업 구조 바꿔야

['동방신기 판결' 의미와 과제 그리고 해결방안-마지막]

등록 2009.11.02 19:30수정 2009.11.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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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기간 제한, 계약 단계 다원화, 법률대행인 계약제도 도입

 

지금까지 이번 '동방신기 판결'의 다양한 의미와 함께 한국 연예산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 등을 짚어보았다. 그렇다면 기획사와 연예인간 합리적인 계약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대안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의 권고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권고안에는 연예인의 전속계약 기간을 7년 이내로 한정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존의 약관 조항들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8월 '동방신기 사태를 통해 본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주최 측은 "기획사가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권고안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 계약기간, 불투명한 수익분배, 과도한 사생활 침해나 살인적인 스케줄 등 일방적인 관행들이 전향적으로 수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계약 단계를 다원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데뷔 이전과 이후의 계약, 왕성한 활동기간에서의 조건들을 차별화해서 분쟁의 소지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혹은 1년이나 2년 단기계약을 통해 갱신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화연대 김명신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 중 하나는 계약 조건이 데뷔 이전 시점으로 설정할 경우 분쟁의 소지를 이미 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계약에 따른 공통의 매뉴얼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특수성상 계약기간을 장기간 일관되게 하는 방식보다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프로스포츠의 경우처럼 법적으로 대리할 법률대행인을 통한 계약제도도 도입해 볼 수 있다. 스포츠에이전시들이 당사자들을 대리해서 구단과 계약을 시행하듯, 법적 상식이 부족한 연예인이나 부모들을 대신해 법률대행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한국예술학과)는 "이렇게 되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재의 전속계약 체결 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연예매니지먼트의 양성적인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신 대표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이 경우 협회 차원에서 변호사 선임 등 연예인들을 법적으로 지원해 주는 등의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제도나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배려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월급여제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일부 기획사를 시작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경우 연예활동을 통해 확보된 수익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의 건강성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어떠한 제도의 도입이나 시행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간의 인간적 관계이며 신뢰이다. 이것이야 말로 합리적인 계약문화와 연예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동연 교수는 "기획사나 연예인 모두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찾아 활동하지만, 사실 연예인을 계속 소속사에 남게 하는 것은 문서상의 계약이 아닌, 인간적 관계"라며 "그러한 관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분쟁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쿨투라' 편집위원) 씨도 최근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동방신기 사건은 결과론적으로 SM의 '관리 실패'로 귀착되지만, 이렇게까지 곪은 데에는 쌍방 간의 '소통과 배려'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요계의 체질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계약서보다 더 큰 신뢰를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온전한 '소통과 배려'라는 뜻이다. 

 

이밖에 합리적인 계약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예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홍보나 교육 등 학습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또 불공정계약 사태로 빚어진 연예자본의 구조화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 연예계는 "문화자본의 강력한 합종연횡과 봉건제적 인간관계의 구조적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대중문화는 콘텐츠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스템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과연 이번 경험이 현재 한국 대중음악 연예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개선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9.11.02 19:30ⓒ 2009 OhmyNews
#동방신기 #불공정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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