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판결, 한국 연예산업에 독일까 약일까

[의미와 과제 그리고 해결방안②]

등록 2009.11.02 09:21수정 2009.11.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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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승소한 동방신기 멤버들의 권리보호와 함께 연예인들의 기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숙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지금부터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번 판결로 기획사들이 신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데뷔시키는 현재의 시스템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연예기획사들 사이에선 "한국 가요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신인을 데뷔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구조를 갖춘 현재의 연예인제작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며, 아이돌 그룹을 주력군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그 존폐가 걱정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또 이번의 경우가 선례로 남을 경우 문제가 된 SM뿐 아니라, 여타의 다른 기획사 연예인들도 같은 방식으로 제소하거나 소속사를 이탈하는 등 '도미노현상'이 빚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 한류의 확산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더 큰 시장을 확보하게 된 가요계가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며, 나아가 한류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게 업계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연예산업이 세분화되고 합리화되어 새로운 성장을 꾀하는 건설적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연예산업이 위축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는 우리 연예계도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문화를 발전시켜 한 단계 더 성숙할 때가 되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을 키워서 그중 한두 명이 스타가 되면 그들을 통해 투자금액을 회수한다는 현재의 보상논리는 기형적"이라며 "이 때문에 스타덤에 오른 소수의 연예인이 개인의 기본권마저 지나치게 침해당하는 과중한 계약조건과 불합리한 구조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연예산업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한국예술학과)는 "이번 사건은 기획사가 연예인을 문서상으로만 묶어 놓으려는 관행이 철퇴를 맞은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기획사가 연예인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와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계약기간과 불투명한 수익배분 등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가부장문화의 관행은 청산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연예인 육성문화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연예계 전반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끼치며, 우리 연예산업을 더욱 건강하게 다지는 '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 김명신 공동대표 역시 "연예기획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인권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산업논리에 휘둘려 일방적으로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직적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동반자관계로 이동하라는 주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이동연 교수는 "이번 동방신기 사태를 경제적 이해득실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사실 이 문제는 기획사와 연예인간 동반자적 관계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상호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함께 가는' 믿음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 기반이 무너졌다는 것.

 

이 교수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소모적 다툼에 그치지 않고, 연예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고질적이고 전근대적인 불평등관계의 풍토를 바꾸려는 노력과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이번 분쟁이 한국 연예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기존의 구조적 관행과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윈-윈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연예산업도 시대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의식의 향상과 상호 동반자적 관계 구축 등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간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계 속 -

2009.11.02 09:2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계 속 -
#동방신기 #불공정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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