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솔로 문댄 바지
권영숙
저... 결혼한 지 16년 된 주부입니다.이번 여름, 시원하게 잘 입고 다니던 숯염색 생활한복에 김치국물이 튀었습니다. 세탁기에 돌렸는데 잘 안빠졌기에 그때도 솔로 그 부분만 열심히 문대서 빨았습니다. 그 옷 어떻게 됐을까요? 저 그 옷 볼 때마다 한숨과 짜증이 올라오면서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니 나이가 몇인데 옷을 그 따위로 빨아? 너 바보냐? 어디가서 말도 꺼내지마. 진짜 쪽팔려' 라고요.
그런데 어제 또 똑같은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습니다. 치매일까요?
엉덩이 한쪽 부분만 하얗게 된 바지를 보며 아침내 속이 끓었습니다. 제 자신에게 올라오는 화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그 바지를 앞에 두고 108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내가 화가 날까, 저 바지는 이미 내가 잘못 빨아서 돌이킬 수도 없는데 왜 자꾸 화가 날까.부처님은 다 떨어진 옷을 입고도 청정한 수행자로 사셨는데 색이 좀 바랬다고 그것에 끄달려서 계속 화를 내는 나는 도대체 부처님의 제자가 맞기는 한건가? 아니 제자는 고사하고라도 부처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기는 하는건가? 지금 이 일이 화 낼 일인가? 이 일이 나 자신을 그토록 못살게 굴 일인가?
108배를 하는데 무릎이 꿇어지지가 않습니다. 제 자신한테 화가 나서요.
집에 놀러온 엄마들한테 바지로 인한 내 마음이 이러했다고 이야기를 하니, 한 엄마가 제게 그럽니다.
"저기요. 저 다음달에 정토회 '깨달음의 장' 신청했는데 취소할까봐요. 언니는 깨장을 다녀왔는데도 그 수준인데 안 가도 되지 않을까요?""야! 너 죽을래?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나 성격 많이 좋아진거야" "그럼, 지금이 좋아진거면 그 전에는 어느 정도였다는 거예요?" 그 엄마가 열난 제 머리에 기름까지 붓는데 다른 엄마들은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자기네들 일이 아니라고 다들 저럽니다.
그 바지를 안 입으려다 용기내서 입고 보는 사람마다 물었습니다.
"내 엉덩이에 이상한 점 없어요?""있어. 왜 한쪽만 하얀거야?""티 나요?""그럼 티나지 않나냐?""많이 나요?""어, 많이 나. 뭔 짓을 한거야? 설마 그쪽만 솔로 문댄 건 아니지?" 휴........
나이든 동네 아줌마들이 절 무척이나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그 눈빛에는 '저런 며느리 얻을까봐 심히 걱정된다'는 에너지를 가득 담고 말이죠.
아주 사소한 바지 사건이지만 전 제 꼬라지를 보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많이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생'에 대해, '자녀교육'에 대해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줬던 제가 바지의 부분탈색에 열이 나서 108배를 못할 정도라니, 부끄럽지만 지금의 제 모습임을 인정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알지만 한발 한발 갑니다. 갈 길이 멀었다고 멈춰 있는다면 영원히 제 '습'으로 인해 괴로워해야겠지만 못하는 현재를 인정하고 한걸음 앞으로 나간다면 반드시 괴로움이 없는 세상에 도착하겠지요.
이 길을 가는데 먼저 가고 계신 분에게 궁금한 걸 묻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법륜스님께서 전국을 돌며 강연회를 한다고 하는데 가서 여쭤볼까요?
제 꼬라지를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 말이죠.
여러분도 한번 시간되시면 가서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가까운 곳에서 하면 시간 내 보세요. 종교와 관계없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립니다. 그나마 스님 법문 듣고 제가 이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훨씬 더 심했거든요.
법륜스님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적어도 지금보다 행복한 시간이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