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이 지난 9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유성호
김제동. (미안합니다.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존칭은 무겁다고 느껴집니다. 애칭으로 그냥 김제동,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그도 양해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이야기를 화두로 삼는 것이 그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고 염려가 됩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김제동'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KBS 강제퇴출이 의미하는 '사건'과 관련된 것이니, 그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나는 KBS 사장으로 재임 때 그를 복도에서, 또는 녹화 현장에서 가끔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수많은 KBS 출연자 중 한 사람으로 보았을 뿐이었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 나이 들도록 빛을 보지 못한, 무진장 고생을 많이 한, 그럼에도 재주가 참 많은 연예인. 그리고 세상에 많이 알려져 인기인이 된 이후에도 그 고생했던 시절을 잊지 않고, 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겸허와 스스로를 늘 채찍질 하면서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한 연예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가 2006년 KBS 연예대상을 받았을 때, 수많은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는 이야기도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 시상식 때 그의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나는 "저와 비슷하게 눈이 작은 분이십니다"라는 말을 한 기억도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는 상을 받은 뒤 "얼굴도 모르는 아버님의 묘소에 좋은 선물 하나 바치게 되어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눈물을 삼키면서... 그리고 이런 말로 말을 마쳤습니다.
"지금 출발했던 곳에서 마음을 잃어버리면 나중에 돌아갈 곳도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지금 이 받은 상과 그리고 과분하게 주셨던 사랑, 어떤 방식으로든지 반드시 돌려드릴 수 있도록 그거 연구하며 살겠습니다.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의 김제동그를 전혀 새롭게 본 것은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였습니다. 노제 사회로 김제동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 참 놀랐습니다. 그게 대한민국 연예인으로, 그것도 전성기를 누리는 연예인으로, 현 정권의 심기를 심각하게 건드리는 그런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당신들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겠지요. 그 날 김제동은 시청 앞 노제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을 절절한 말로 풀어나갔지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하셨습니다.사실은 우리가 그 분에게 너무 큰 신세를 졌습니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하셨습니다.그 분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받은 사랑이 너무 컸습니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그 짐 기꺼이 우리가 오늘 나눠 질 것을 다짐합니다.'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죄송합니다. 우리는 좀 슬퍼해야겠습니다.'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하셨습니다.그래서 우리 가슴 속에 그 분의 한 조각 퍼즐처럼 맞추어서 심장이 뛸 때마다 그 분 잊지 않겠습니다.'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오늘 죄송합니다. 좀 미안해 할 게 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오늘 우리 스스로를 원망하겠습니다. 그 분을 지켜드리지 못해서...'운명이다'라고 하셨습니다.이 운명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그 분이 남기신 큰 짐들 우리가 운명으로 안고 반드시 이루어 나가겠습니다.'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하셨습니다.오늘 우리 가슴 속에 영원토록 잊혀지지 않을 큰 비석 하나 잊지 않고 세우겠습니다.'화장하라'고 하셨습니다.그 뜨거운 불이 아니라 우리 가슴 속에서 나오는 마음의 뜨거운 열정으로 그 분을 우리 가슴 속에 한 줌의 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열정으로 남기겠습니다.'노무현 죽음' 이후 많은 글과 말들이 우리를 울렸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김제동의 이 말은 절절한 그리움에다 다부진 각오까지 함께 한 것이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게 했고, 마음을 움직였고, 새로운 다짐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그 날 시청 앞 노제 때 그의 이런 절규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가슴이 저미어 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희망이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데...
아름다운 자원봉사자 김제동그리고 그를 다시 본 것은 지난 9일 오후, 성공회 대학에서 있었던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출범을 기념하는 음악회 때였습니다. 나는 그 날 '사람사는 세상 프로젝트'라는 특별 무대의 리허설을 위해 오후 4시 반께 공연장인 성공회 대학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다, 그를 만났습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그 때 물어보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본 것 때문에 불이익은 없는지... 세상 돌아가는 것이 하도 기가 막혀서, 이명박 정권이 하는 짓이 하도 치졸하고 비열해서, 특히 이명박 정권의 하부조직처럼 되어버린 KBS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워낙 황당한 게 많은 터여서, 분명 불이익이 있을 텐데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냥 씩 웃기만 했습니다. '스타 골든벨'에서 늘 보던, 그 친숙한 웃음으로 그렇게 씩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냥 그랬습니다.
공연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3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출연자 대기소로 마련된 천막과 무대 주변을 오가면서 의자도 나르고, 출연진과 다정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시민 단원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그냥 참 소박한 자원봉사자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그렇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김제동이, "웃기는 데 좌도 없고, 우도 없다"는 김제동이, "저는 독재도 모르고 반독재도 모르고, 그저 상식, 상식밖에 모른다"던 김제동이 '스타 골든벨'에서 퇴출되었다는 소식을 나중 전해 들었습니다. 가을 개편 10일 정도 앞두고, 녹화를 불과 사흘을 앞두고...
김제동.
그의 이름은 이제 '스타 골든벨' '1박2일'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해피 투게더' 등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수많은 연예인 중 하나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자신은 매우 부담스럽게 느낄 터이지만, 그의 이름은 이 시대. 이명박 시대, 수난 받는 사람, 싹둑싹둑 잘리는 사람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