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고구마 캐기 수상자로 선발된 강대열씨와 김강현군이 상품권을 들고 좋아하고 있다
오문수
미리 사놓은 고구마 밭 200평에는 호박 고구마가 주종이다. 행사장에 구경나온 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이다.
"고구마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이지라우. 글고 바닷가에서 해풍을 견딘 고구마라 정말 맛있어요. 오늘 캔 고무마를 말려서 3주 후에 먹어야 더 맛있어요. 지금보다는 11월말이 돼야 제대로 맛이 들어요" 행사 참가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열린 왕고구마 선발 대회에서는 시민협의 강대열씨와 김강현(도원초등학교 4년)군이 900g의 고구마를 캐 선발됐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강현 군은 "친구랑 같이해서 좋았고, 나쁜 점은 힘들었어요"하며 웃었다.
고구마 밭이 얼마나 청정한 지는 밭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구마를 캐다가 나오는 지렁이 콩벌레 메뚜기 뱀들을 보며 더욱 즐거워했다.
오늘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참가했다. 여수시내 초 중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들이 함께 참여해 이색체험을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고구마 캐기에 참가한 이유와 느낌을 물었다. 시애틀에서 온 테스(Tess)의 얘기다.
"한국인 친구가 고구마 캐기 행사가 있다는 걸 알려줬고 관심이 생겨 참가했어요. 미국에도 고구마가 있지만 한국 고구마가 훨씬 맛있어요. 밭에서 직접 고구마를 캐 본적이 없었는데 밭에서 뭔가를 캔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정말 몰랐어요. 한국에 온지 13개월이 됐는데 한국에서 뱀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일본계 캐나다인으로 인류학을 전공한 에이미(Amy)의 얘기다. "한국인과의 교류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한국 땅과 자연을 통한 체험으로 나누는 교류도 참 값있는 일입니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독일어 토론 모임을 주도하는 루스(Ruth)는 "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게 의미가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플로리다에서온 아샨티(Ashanty)는 "새로운 활동으로 인해 일상에 활력소가 됐어요. 채식주의자인 내가 유기농 고구마를 직접 캐는 것에 대한 의미가 컸어요"하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한 번씩 모여 독일어 공부와 스페인어 공부 및 독서토론을 하는 북까페를 열고 토론과 영어 글쓰기를 한다. 또한 매월 한 번씩 국동에 있는 여수보육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