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어초경량에 극단적으로 얇은 노트북. 아름다운 하드웨어에 매력적인 운영체계까지, 참을 수 없는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젠 능력이 된다면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애플
오에스텐은 안정적인 유닉스에 기반한 객체 지향의 대화형 운영체계였습니다. 절정에 이른 오에스텐의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는 편리함을 넘어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애플은 또한 모토로라 씨피유를 과감하게 인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고성능에 세련미까지 더한 맥은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 높은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때가 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애플의 한국 도전이 실패하지 않을 듯했습니다. 애플코리아가 가격도 현실적으로 책정했으니까요. 사용자들의 기대도 상당했습니다. 드디어 맥을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한 번 애플은 높은 한국의 장벽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바로 윈도우 운영체계에서만 사용 가능한 한국의 웹 환경 때문입니다. 비호환성으로 인해 맥으로는 제대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윈도우-익스플로러-액티브액스의 조합이 자유로운 기종 선택을 제한하고 웹과 사용자 환경의 획일성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안이 있었습니다. 애플 하드웨어에 윈도우를 깔아 쓰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그러나 별로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맥은 하드웨어와 조화롭게 동작하는 맥 운영체계에서만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아름다운 하드웨어에 걸맞지 않는 누더기 같은 운영체계를 쓴다면 아무런 장점이 없습니다. 껍데기가 멋지다는 것 말고는 초저가형 노트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젠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윈도우로 부팅해서 써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오에스텐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운영체계가 그게 그거지, 맥이라고 특별할 게 있냐?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윈도우 써" 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특이한 사람 취급 당하고 애플빠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의 다양성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리하여 또 다시 애플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네 번째 도전: 아이팟
MP3(엠피쓰리)는 세계 최초로 한국 기업이 만든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휴대용 라디오, 휴대용 카세트인 워크맨 그리고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를 만들었던 소니가 가망 없는 엠디(MD) 플레이어에 집착하고 있는 사이 디지털 강국으로 부상하던 한국에서 먼저 나온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한동안은 뛰어난 디자인에 다기능으로 무장한 한국 제품이 세계를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냅스터 같은 피투피 방식의 파일 공유가 출현하여 노래는 공짜로 다운받아 듣는 것이 대세였기 때문에 음반 업계에서는 MP3와 온라인 시장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MP3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애플은 근본적으로 시장을 다르게 보고 있었는데 노래는 돈 내고 구입해서 들어야 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하드웨어와 더불어 손쉽게 음악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과 그곳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MP3를 구입하면 뛰어난 디자인이 적용된 하드웨어와 그것을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아이튠즈 소프트웨어 그리고 원하는 노래를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유료 시장까지 한 번에 가질 수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불법 공유가 무료이기는 하지만 초보자는 공유 프로그램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고, 검색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다. 차라리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쓸데 없는 시간 소비 없이 음원을 구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 비즈니스 모델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2009년 7월까지 80억곡의 음원을 팔아 치워 미국 온라인 음원 판매 시장의 69%를 차지했고 MP3는 세계 시장의 75% 이상의 점유율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였지만 또 한 번 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음반 시장의 혁명을 이끌고 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