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제한 피해가기웹하드 업체는 정확히 협조 공문에 있는 검색어만 제한을 가합니다. 배급사가 한글로 된 검색어를 빼 먹었기 때문에 버젓이 바로 그 영화가 다운로드 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일부 악랄한 업체는 웹하드 바깥에 전용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 여기서 제한 없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한 곳도 있습니다. 140원의 다운료는 파일을 올린 사람과 회사가 나누어 갖습니다. 사람들은 정당하게 영화를 구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비용은 장물을 파는 자들에게 넘어간 눈먼 돈일 뿐입니다.
김인성
현재 인터넷에서는 세상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사진, 영화 그리고 동영상 파일, 인간이 부른 모든 노래, 책으로 나온 만화 전부가 디지털화되어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책들은 전자문서가 빼돌려지거나 직접 타이핑을 한 텍스트 파일 형태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지요. 사람들이 실수로 공유시킨 이력서와 사진, 동영상 같은 개인 파일들도 굴러다닙니다. 한마디로 인터넷에는 인류가 만들어 낸 모든 콘텐츠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법 복제가 사라지게 만든 것들
세계적으로 콘텐츠 불법 복제가 문제가 되지만 한국은 특히 심합니다. 음반 시장은 죽어 버렸고, 비디오 대여점도 깡그리 사라졌습니다. DVD 판매가 부진해 외국 직배사들은 모두 철수했습니다. 만화는 출시되는 날 스캐너에 읽혀서 공유됩니다. 블루레이 영화를 압축한 동영상은 DVD와 IPTV 영화보다 화질이 뛰어나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불법 릴과 거의 동시에 자막이 번역되어 나오기 때문에 국내에 영화가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검열 때문에 중요 내용이 삭제 당한 '정발판(정식발매판)'보다 원판이 더 좋습니다. 공유되는 자막이 더 뛰어난 경우도 많지요.
60억 분의 1, 만화도, 영화도, 자막도, 노래도 전세계에서 한 명만 수고하면 됩니다. 그 한 명이 만든 불법 콘텐츠는 인터넷을 타고 지구 전체에서 공유됩니다. 아파트라는 특이한 집단 거주 방식이 과반수인 한국에서는 각 가정까지 초고속 광 케이블이 쉽게 들어올 수 있어서 특히 이런 인터넷 공유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비디오 플레이어는 사라졌고 DVD는 애초에 본격적인 도입도 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루레이가 뭔지 모를 정도입니다. CD도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아파트에서 CD 플레이어에 걸맞은 근사한 오디오 시스템은 이웃집과 불화를 불러올 뿐입니다. 그냥 MP3에 이어폰 끼고 듣는 것이 편합니다.
남은 것은 대형 벽걸이 TV와 컴퓨터입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컴퓨터와 LCD TV의 연결을 시도하거나 디빅스 플레이어 등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워서 포기했습니다. 대개는 그냥 영화를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고 맙니다. 그들에게 스케일 큰 블럭버스터의 현장감이 중요하다느니 불법 파일은 원본에 비해 훨씬 화질이 조악하다느니 하는 말은 다 헛소리에 불과하죠. 내용만 좋다면 그런 거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원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어떻게 인코딩되었는지도 의심스러운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의 조악한 하드웨어 음원칩으로 소리를 만들어 역시 싸구려 이어폰으로 듣습니다. 손실 압축된 영화 파일을 조그만 LCD 화면과 역시 열악한 PC 음원칩과 구색으로 달아 놓은 LCD 모니터 내장 스피커를 통해 감상합니다. 스캔본 만화는 작가의 정성 어린 펜 터치가 뭉개져 구별이 힘들고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날로그에 비해 아직도 불완전한 디지털 시대에 불법 복제는 더욱 더 콘텐츠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만화가는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만화를 그리는 것만으로 생계를 잇기 힘듭니다. 한 때 만화 대여점과 싸웠으나 이젠 공동 운명이 되었습니다. 대여점으로 나간 한 권의 만화가 스캔 되고 나면 판매와 대여가 뚝 끊기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극장 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영화인들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가수들은 앵벌이처럼 하루에도 여러 곳의 행사를 뛰어야 겨우 다음 음반을 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불법 복제는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자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