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모바일의 화이트플랜 요금제 설명
화면캡쳐
김씨가 일본에서 사용하는 것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의 '화이트플랜' 요금제. 이 요금제를 사용하면 세금을 포함해 기본료가 월 980엔에 가족끼리는 통화료 무료, 새벽 1시부터 21시까지 소프트뱅크 휴대폰끼리 통화료가 무료고, 우리나라의 문자 역할을 하는 '휴대폰 메일'도 역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김씨는 1년 전, 2년 동안 이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아이폰'을 구입했다. 그녀가 매달 부담하는 요금은 기본료 980엔에 무제한 인터넷 요금 4400엔과 기타 옵션을 더해 5800엔 정도.
"소득이 낮은 사람이나 학생, 핸드폰을 2개 쓰는 사람들이 이 요금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학생(대학생까지)은 기본료의 50%를 더 할인해 주는 상품도 있다고. 소프트뱅크모바일은 화이트플랜 요금제로 지난 6월까지 26개월간 자사 서비스 순가입자 증가 1위를 유지해왔다.
가입자가 4700만 명을 넘어, '포화상태'인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적인 가격 인하가 시작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웃나라 일본에 비슷한 예가 있다. 소프트뱅크가 '화이트플랜' 요금제를 출시하자 포화시장에 가깝던 일본 이동통신 사업계에는 일제히 요금인하 경쟁이 벌어졌다. 시장 점유율 1위인 'NTT도코모'와 'KDDI'는 같은 해 9월부터 가입기간에 상관없이 기본료를 반액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러한 요금 경쟁의 결과 '화이트플랜'이 등장하기 전에는 평균 3770엔이던 일본의 휴대전화 기본료는 1년 만에 3분의 1수준인 평균 1231엔으로 떨어졌다. 이런 경쟁적인 시장의 소비자인 김정은씨에게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휴대전화 요금인하 경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 소프트뱅크모바일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5개월간 기본요금을 면제해 주는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3개월 평균 요금이 1만엔을 초과하면 추가로 다음 10개월간 기본요금을 면제받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모바일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소비자는 최대 15개월 동안 기본료(월 980엔)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 1위인 NTT도코모와 2위 KDDI에서도 곧 이와 비슷한 수준의 파격적인 요금인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소비자들 '기본료 50%, 통화료 40% 인하' 원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 요금 비교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소량, 중량, 다량 전 사용자 범위에 걸쳐 요금 수준이 높았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이동통신요금 국제비교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입자당 월평균 휴대전화 통화시간이 180분 이상인 15개 국가 중 요금이 가장 비싸다.
특히 음성통화 요금은 국제 추세에 홀로 역행하는 모습이다. 조사 대상인 15개 국가의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통화 요금은 2004년 32.80달러에서 2008년 28.84달러로 줄어들었으나 우리나라는 2004년 43.32달러에서 2008년 45.60달러로 오히려 늘어났다.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이동통신 요금수준 역시 이미 상당한 상태다. 지난 9월 23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 거주 20∼50대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이동통신 요금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고 답변한 사람은 전체의 66.3%. '매우 비싸다'라는 답변은 전체의 27.5%였다. 또한 기본료를 지금보다 '50%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28.0%로 가장 많았고, 통화요금은 '10초당 10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42.6%로 나타났다. 특히 망내 할인이나 결합할인 등 요금 할인제도에 가입한 사람은 응답자의 33.2%였지만, '할인제도가 효과가 없거나 효과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이 55.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