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전하기 놀이를 해 봅시다.교육과정 상에는 2단원 요일과 시간표를 묻고 답하는 내용에 이 놀이를 배치해 놓았다. 그렇지만 무슨 요일에 어떤 과목이 들었다고 문장을 유창하게 전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I have English class on Monday) 놀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희정
똑같은 놀이를 1년 전에 강남의 모 초등학교에서 할 때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는데, 강북의 모 초등학교에서 하니 놀이가 진행되지 않았다. 가다가 끊기고, 무슨 말인지 모르고, 전달을 못하고, 그림과 글씨를 보며 단어를 읽지 못했다. 결국 문장 수준에서는 전달하기가 안돼서 단어 수준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놀이를 바꾸어서 진행했다.
바로 이어진 다음 반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명을 하는데, 문장 연습을 하는데 더 공을 들였지만 마찬가지였다. 9개 반, 똑같은 수업을 하는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서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 안될까? 그 쉬운 'in, on, under'를 왜 못 읽을까? (사실, 이 게임은 2단원에서 하도록 되어 있지만 아이들이 요일을 영어로 읽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서 쉬운 단어가 있는 단원으로 바꿔서 해 본 것이었다.) 5년 전, 처음으로 영어 교과 전담을 맡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진짜, 파닉스 안 가르쳐요? 6학년 때도?"지난 기사에서 초등 영어 교육과정에서 음철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무작정 읽기를 강요한다고 하니, 초등교육경력 20년 넘은 선생님이 이렇게 물어보셨다.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한 것은 국가의 교육과정을 믿고 정부의 현란한 수사법이 동원된 교육 정책을 믿고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을 내몰지 않은 '의식'있는 부모 또는 내몰 만한 여력이 안되는 '돈'없는 부모들뿐이다. 나머지, 내 아이의 미래를 '영어 학원'에 위탁한 대다수 국민들의 맞장구가 들려온다.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빚을 내서라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