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영어교육과정 읽기 목표학년별 읽기 목표는 이렇게 제시되어 있지만, 사교육을 받지않으면 현행 교육으로 읽기를 배우기는 요원하다.
한희정
현재 시행되는 7차 초등영어교육과정 중 읽기 영역에 대한 목표를 확인해보자. 3학년에는 읽기 교육 영역이 들어와 있지 않다. 일주일에 한 시간 재밌는 노래와 놀이를 하며 보내는 것이다. 3학년 영어 교과서는 온갖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 차 있으며 단원명이나 차시 흐름이 영문으로 안내되어 있다. 배운 단어나 표현들이 하나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 영어 교과서를 보면서 집필진들은 그림만 봐도 배운 표현이 튀어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 모양이지만 화려한 모양과 달리 영어 교과서는 수업 시간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림책 취급을 받고 있다.
읽기 따로 쓰기 따로, 여기가 미국이야?4학년 읽기 시간에는 알파벳 읽기를 배운다. 교육과정상 알파벳 읽기를 배우면서 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틀린 것(알파벳 쓰기는 5학년 때 한 단원에 5개씩 배운다)이다. '알파벳을 읽기만 하고 쓰기는 5학년 때 가르치라니, 이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워 온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영어 학습의 신화처럼 떠받드는 조기외국어교육 이론에서 이런 방식을 취해온 것 같다. 음성언어에 충분히 노출시키고 난 후에 문자를 읽기로 접하고, 그 다음에 쓰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바로 우리들의 모국어 학습과정과 동일한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착각이 교육과정에 엄청난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연간 시수로 하면 34시간, 1시수 40분임을 감안하면 22.6시간 노출이다. 이 정도만으로 음성언어에 충분히 노출되었으니 이제 문자 언어도 22.6시간 노출시키고, 문자를 읽어라 하는 것이다(사실, 22.6시간 중에 문자 읽기에 할애된 시간은 1/10도 안되며, 연간 34시간이라는 시수가 현장에서 정확하게 지켜지기도 어렵다). 이런 말도 안되는 착각이 국가 영어 교육과정으로 건재하는 현실에는 이런 함의가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에 영어가 도입된 이상 대다수 국민들이 영어 사교육에 올인할 것이니(아니 이미 올인하고 있으니) 노출시간은 그렇게 확보하면 된다!
시간만 늘리만 만사형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