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다루는 방법

오바마와 이명박의 경우

등록 2009.08.06 13:31수정 2009.08.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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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특별전세기 편으로 북한을 방문한 지 하루 만인 8월 5일 오전 5시 50분(현지시간) 4개월 간 북한에 억류되었던 유나 리(한국계 36세)와 로라 링(중국계 32세)은 클린턴과 함께 미국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안착했다. 가족과 만난 기자회견장에는 클린턴 외에도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자리를 함께 하여 미국 전 국민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다.

 

 백악관의 오바마 대통령도 "이 사건은 기자들 가족의 기쁨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 국민의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환영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 방문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북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클린턴과 평양에 동행했던 배석자들의 면면으로 보아 그것이 정부적인 지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은 만천하가 알고 남음이 있는 일이었다.

 

 미국이 억류된 자국 기자 두 명의 안전을 위해 전 현직 대통령들이 나서서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민첩한 외교를 벌이던 시간에 대한민국 평택에서는 자국의 국민들, 그것도 가진 것이라곤 빈 몸뚱이 뿐인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한(강제 해산은 차라리 신사적이고 죽이기 위한 군사작전과도 같았다) 대테러용 폭동진압작전을 감행하고 있었다. 6개월 전에도 유사한 진압작전을 무리하게 감행하다가 여섯 명의 생목숨이 죽어서 아직 그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황 아래서 말이다.

 

 더군다나 개성공단에서 북측에 억류된 유모씨의 행방도 인지하지 못하며 질질 끌려다니다가  최근에는 네비게이션 고장으로 어부들이 북에 납북된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정부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북과 직접 대화하거나 물밑 접촉을 통해서라도 자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결하기는커녕 "유엔의 인권위원회에 사건을 보고하겠다"는 등 실로 이해하기 어렵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여 왔다.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조원 점거농성도 다른 모든 상황은 제쳐 놓고 "점거농성은 불법"이라는 달랑 한 마디의 근거를 들이대며 생목숨을 다치게 하고 죽이려 드는 처사를 목도하며, 미국의 두 여기자가 한없이 부럽고 대한민국에 또박또박 세금 내며 사는 불쌍한 우리 인생이 남사스럽다못해 처참해지는 것은 기자의 소회만은 아닐 것이다.

 

 용산의 경우로 보아 대형참사를 우려하여 인권위에서도 쌍용자동자 공장에 긴급구제를 권고하였지만 조현오 경기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대테러용 발사기는 폭동진압 등 특공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더구나 경찰은 또 다시 용산의 경우와 같은 컨테이너를 동원 여기에 경찰병력을 태워서 옥상으로 올려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옥상에 내버려진 노동자와 젊은 경찰은 서로를 제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최악의 전쟁과도 같은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쇠 곤봉으로 치고 쓰러진 노동자들을 방패의 모서리로 머리, 목 할 것 없이 내리찍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비록 불법점거를 한 노동자들이 현행범이라고 할지라도 꼭 살벌한 상황을 조성하여 쌍방 인명피해를 자초해야만 하는가 말이다. 이미 전기와 물과 식량이 고갈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며칠을 더 버틸 수 있겠는가. 그냥 놓아두어도 기진하여 끌려나올 수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에 억류되었던 두 여기자도 냉정하게 말한다면 자신들의 직업상 지켜야 할 규칙이나 법규를 어기고 무리한 취재를 시도하다가 상대방 국가에 체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기자들의 '불법행위' 행위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그리고 세계의 이목들에게 보란 듯이 자국민을 미국으로 모셔갔다.

 

 이명박 정부에 다시 묻는다. 과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디까지인가?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법인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걸핏하면 대통령이 시장 바닥에 나와서 상인 붙들고 우는 시늉이나 하고 어묵을 먹으면 그게 중도실용인가. 국민을 모셔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힘없고 어려운 국민을 우습게보지 말아 달라. 국민들이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제 각각 무엇인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의 힘이 모이면 경찰특공대로도 쓰러트리지 못할 어마어마한 힘이 될 것이다.

2009.08.06 13:31ⓒ 2009 OhmyNews
#미국 여기자, 쌍용자동차, 오바마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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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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