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를 이웃하며 이어진 둑길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입니다.
김종성
논둑길을 달려 활주로를 찾아가다5호선 전철인 김포공항역에 내려서 개화역 방향의 차도를 따라 애마를 타고 달립니다.
표지판은 없지만 지도를 보며 활주로를 한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갈 수 있습니다. 차도와 헤어져 활주로를 따라 본격적으로 둑길로 들어서면 넓고 푸르른 평야가 보여 눈이 시원합니다. 김포공항의 활주로는 주변의 평야와 함께 한다고 해도 맞겠네요, 아니 원래 평야였던 땅인데 일부분을 활주로 만들라고 내어준 것이겠지요.
그리 높지않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활주로와 둑길은 한동안 나란히 이어져 있습니다. 논 주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백로들, 논일을 하시는 몇 몇 주민들 외에는 한가롭고 조용한 전원적인 길입니다. 그런 고요함 사이 사이로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힘을 쓰는 소리가 담벼락 너머의 활주로에서 들려옵니다. 점점 커지는 비행기의 엔진소리는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합니다. 지금껏 안내 팻말도 없는 길을 헤매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둑길도 갈래가 없는 한가지 길인 데다 바로 옆에 활주로가 있어 그 자체로 표지판이 되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헬리콥터를 만든 사람이 그 디자인을 따라 했을 것이 분명한 수십마리들의 잠자리들이 한창 달리고 있는 저와 애마 주변을 날아다니며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따로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이라고 팻말은 없지만 누가 보아도 그런 언덕이 분명한 길이 언뜻보면 언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길이 나타납니다. 공항 전망대처럼 높은 곳에 있어 활주로가 눈 아래로 보이는 그런 언덕은 아니지만 활주로를 부지런히 오가며 점검하는 차량들과 창공으로 날으려 하는 크고 작은 비행기들의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네요.
특히 커다란 여객기가 이륙하면서 상체를 들어 내보이는 속살은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평소에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보니 사람들과 온갖 물건들을 실은 저 커다란 덩치의 금속물체가 달음박질하다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평소엔 보기 드문 풍경이라 가지고간 작은 디카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김포공항 활주로는 군사시설로도 쓰여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나 군시설를 피해서 찍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비행기들의 엔진소리와 광활한 활주로를 보니 한동안 잊고 살았던 군복무 시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한겨울 새벽녘 눈쌓인 활주로 위에서 일부러 몸에 열이 나게 해서 추위를 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눈을 치웠던 공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자대에 갓 입대 후 졸병시절엔 활주로에 나가, 이륙하는 항공기에 자꾸만 접근하여 위험하게 하는 새들을 쫓는 일도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