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나왔어, 기특하지요. 어서 밥 수세요.' 제일 먼저 둥지를 나온 곤줄박이 새끼
윤희경
새소리는 저마다 특이한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곤줄박이의 지저귐은 '쓰쓰삥' '삥쓰스쓰' '삐이삐이' 등 약감 허스키로 소리가 신통치 않습니다.
귀농 십오 년, 그동안 문이 열려 있는 헌신발장, 부엌 환풍기 통, 광속 쳇바퀴 안, 화분 속... 등 들쥐와 꽃뱀, 고양이, 너구리, 청설모에게 안전하다 싶으면 어디에나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새끼들을 길러냅니다. 해마다 4월부터 7월까지 이 녀석들의 사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오금이 저려오곤 합니다.
올해는 김치 광 뚜껑에다다 알록달록한 알을 일곱 개나 낳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알을 구경하는 순간은 '신비'와 '떨림'입니다. 암놈의 알 품기가 시작되면 수놈의 일상은 고단합니다. 알을 품고 있는 약 2주 동안 둥지 곁을 떠나지 않고 곁을 빙빙 돌며 정성을 다합니다. 허기가 들지 않도록 먹이를 물어 나르고 배설물을 내놓으면 냉큼 받아 멀리 버립니다. 행여 똥냄새를 맡고 외부침입자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돌보는 수놈의 애틋한 마음씀씀이를 어디가 또 만나 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