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5월25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인근 미쉘레스토랑 앞에서 경찰이 토끼몰이 진압을 하고 있다. 한 사복체포조(일명 백골단)가 미처 피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등에 올라타 발로 밟고 있다. 이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성균관대 김귀정씨가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고대신문 사진기자가 촬영.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법원은 이에 대해, "전투경찰들은 시위진압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가능한 한 최루탄의 사용을 억제하고 또한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위와 같이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명백히 밝히며 따라서 국가는 이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시위진압 중 폭력행사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이 위법한 행위라는 결론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대목은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하여 그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함" 이라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경찰의 시위진압에 관한 행동기준을 제시했다.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경찰의 행동은 대법원이 선언한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경찰 장비 사용에 관한 규정 |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2,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6조, 제7조에 따르면, ① 현행범인인 경우, ②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③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④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등 4가지 경우에'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봉이나 경찰방패가 방어용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명백히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어긴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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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제시한 이 행동기준에 따르면 현재 자행되고 있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은 명백히 불법이다. 뒤를 보이며 인도로 뛰어가는 시민을 향해 방패로 가격하고, 기자와 시민에게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은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도, '합리적이고 상당(정당한 이유가 있음)하다고 인정'되는 방법도 아니다.
두 손에 겨우 촛불 하나 든 시민을 향해 무차별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은 법치주의국가에서 최고 법해석 기관인 대법원의 이 판결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읽어보기 바란다.
이 대법원 판결은 14년 전인 1995년 11월 10일 선고되었다. 현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이 판결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 중에는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천정배 변호사와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임종인 변호사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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