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하는 DJ87년 당시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처음 참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광주 영령들 앞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런 DJ가 노무현의 주검 앞에서 오열했다. DJ가 대중 앞에서 펑펑 운 것은 1987년 5.18 국립묘지(당시는 망월동 공동묘지 5.18묘역)를 참배해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이후 처음이다(1980년 5월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가 7년만에 광주 영령들 앞에 섰으니 어찌 오열하지 않을 수 있으랴).
DJ는 5월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유족에게 다가가 권양숙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오열했다. 이에 영결식 내내 슬픔을 억누르던 권씨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 내외, 그리고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도 함께 일어나 눈물을 흘렸다. 앞서 헌화한 이명박(MB) 대통령이 인사할 때 유족들은 앉은 채로 외면했다.
무엇이 노구의 전직 대통령을 펑펑 울게 했을까?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영결식에 참석한 노(老) 대통령은 영결식 내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오열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 오열의 정체는 뭘까? 무엇이 노구의 전직 대통령을 펑펑 울게 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DJ의 분신인 박지원 의원은 알 것 같았다. 2일 박 의원에게 물었다.
- 김 전 대통령이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것을 봤다. 지켜본 소감이 어떤가."영결식장에서 오열하시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어제도 대통령님과 같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때 본 것과 대화 내용을 토대로 모레 대학 강연 때 얘기하려고 한다."
박 의원은 오는 4일 목포대 경영대학원에서 '노무현의 죽음과 김대중의 슬픔, 민주정부 10년의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 DJ가 그처럼 오열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왜 오열했는가."DJ 대통령께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째, 민주주의가 5공과 유신으로 회귀하는 것 둘째, 서민경제와 소외계층 및 중소기업이 도탄에 빠진 것 셋째,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DJ 대통령께서는 민주정부 10년을 이끈 전직 대통령으로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세 가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구상'을 했다는 것을 (DJ와) 대화할 때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고, 저와 대화할 때도 '날개 한 쪽이 뜯겨 없어졌다'고 한 것이다."
DJ "내 몸의 반이 무너지고 날개 한 쪽이 뜯겨 없어졌다"DJ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3일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다"며 "민주정권 10년을 같이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애통해했다. 그리고 유족과 한명숙 장례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5월 28일 서울역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환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