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이와 미령이.
여경미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미정이와 미령이는 둘뿐이다. 원래 미정이와 미령이는 3남매다. 어머니는 오빠 동평이 이야기를 꺼냈다.
"동평이는 친구가 있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했어요. 진도읍에서 어린이집을 다녔었는데, 그 이후에 금호도로 안 들어오려고 했죠. 동평이는 금호도에 토요일 마다 와요."
할아버지와 살면서 진도읍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오빠와 달리, 두 자매는 부모님과 함께 금호도에서 산다. 어디서든지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버지는 미정이와 미령이를 '앵무새'라고 부른다.
작년 미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혼자였지만, 2학기부터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생인 미령이가 2학기부터 오산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허락 하에 청강생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월이 되면 미정이, 미령이가 같이 수업을 듣게 된지 만 1년이 된다.
친구들이 없는 둘 만의 세상"아이들은 친구들이랑 있으면,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미정이와 미령이는 다른 또래 아이와 다릅니다. 금호도 안에서 사회생활을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매와 늘 함께 생활하는 손찬웅 교사의 설명이다. 두 자매에게 학교는 학교 이상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에게 금호도분교는 학교, 놀이터, 생활공간 그 자체다.
"작년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갔을 때, 아이들은 서로 대답을 하려고 손을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요."
어머니는 작년 '제1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가했을 때를 회상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 노래를 한 번 불러달라는 요청에 두 자매는 입만 뻥끗 뻥긋 할 뿐이다. 미정이와 미령이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다가도 그 모습을 사진 찍으려고 하면 동작을 멈춰버렸다.
"도시는 자동차와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자동차도 사람도 없는 금호도에서 있다가, 도시로 나가면 정신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금호도가 살기가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살다가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미정이 어머니 이야기처럼 비가 온 후 안개 낀 금호도는 참 아름다웠다. 이런 금호도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지만, 70년 대 중반에는 금호도 분교 전교생이 40~50명 정도가 됐다. 지금은 손찬웅 교사 혼자서만 금호도분교를 지키고 있지만, 미정이, 미령이 아버지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3~4명의 교사가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