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은행 대출 창구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가 없으면 당장 다음 달 생활이 불가능한 집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럼에도 많은 가정이 지금 있는 대출을 어떻게든 빨리 상환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상담 고객 중에는 부채가 2억인데 최근에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이자비용이 18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줄었다고 50만원의 공돈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자비용이 줄어들면 줄어든 이자비용만큼 부채상환을 하거나 저축을 해서 앞으로 돈 나갈 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집은 오히려 공돈이 생겼다고 소비를 늘렸다.
당장 나가는 돈이 줄었는데 그 돈이 내 노력으로 줄어든 돈이 아니다 보니 공돈처럼 느껴져 그 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해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금리가 이만큼 낮아졌으니 이 기회에 추가대출을 받아야겠다고 한다. 특별히 돈 쓸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투자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금리가 싸니까 쌀 때 받아두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이만하면 빚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내가 앞으로 벌어서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의식 자체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돈을 마치 내 주머니 속의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 원리를 설명할 때 "공짜 점심은 없다"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 원래 이 말은 미국 서부의 술집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술 집에서는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는 단골 손님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제공했는데 사실은 손님들이 지불하는 술 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자주 인용이 된다.
많은 가정이 지금 공짜 점심의 덫에 걸려 있다. 지난날 우리는 공돈처럼 손쉽게 긁어댄 신용카드로 인해 카드대란을 겪은 바가 있다. 값싼 이자로 쉽고 편리하게 가져다 쓰는 빚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나 자신의 미래 노동력, 즉 앞으로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벌어야 하는 돈이다. 미래에 벌어야 할 돈까지 오늘날 다 써버렸으니 미래는 갈수록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끌면서 살았지만 미래에는 편히 누울 곳도 없이 하루 세끼 먹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저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이 줄어든 것은 팍팍한 가계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줄어든 이자비용만큼의 돈은 공돈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내는 이자비용이 줄었다고 해서 내가 갚아야 하는 원금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경기가 호전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경기가 다시 급반전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빚은 그대로 가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굳이 경기 예측을 하지 않더라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정의 상당수가 대출 원금을 다 갚기도 전에 퇴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상환기간은 15~30년으로 정해져 있는 데 반해 직장생활은 그만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퇴직으로 빚을 절반도 채 갚기도 전에 소득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집을 팔지 않고서는 대출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담보대출을 받은 5가구 중 1가구는 지금의 소득만으로는 집을 안 팔면 대출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가정들은 사소한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조금만 줄어들거나 갑자기 누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한순간에 멀쩡한 가정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 수도 있다.
공돈에 대한 환상 버리고 구체적인 상환 계획 세워야이자비용 줄었으니 공돈 생겼다고 마냥 좋아하다가는 평생 빚 갚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빚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공돈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상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앞으로 우리 가정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고 빚을 갚을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그 기간이 모두 빚을 갚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만큼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기에 빚을 갚을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처럼 저축 한 푼 없이 생활해서는 빚을 갚기는커녕 향후 지출 증가로 오히려 빚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부터 빚은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저금리로 줄어든 이자 비용에 현혹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빚을 멀리하고 저축에 힘써야 한다. 빚은 빚일 뿐이다. 빚은 공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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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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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이자 만큼 공돈 생겼다고? 환상 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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