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경준
금리가 이렇게 낮은데 굳이 저축을 해야 하나요? 금리가 너무 낮아서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손해보는 느낌이에요. 요즘 경제도 회복되고 있고 주가도 오르고 있으니 이제는 펀드를 다시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 강의 중 수강생의 질문경제에도 봄바람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해서 겉옷을 꼭 챙겨입고 다녀야 했는데 어느덧 반팔을 꺼내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따뜻해진 날씨처럼 찬바람만 불던 경제에도 봄바람이 부는 듯하다. 지난 3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함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실질GDP 역시 지난 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종합주가지수는 순식간에 1400선을 돌파하면서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린다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가격이 반등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신문을 보다 보면 이미 경제 회복의 목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금방 성장세로 돌아설 것만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으로 몰리던 돈이 다시 투자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요은행의 총수신잔액은 2월 이후 계속 줄어드는 반면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28일 현재 15조775억원으로 3월 말보다 2조1353억원 증가했고 신용융자잔고는 3조3972억원으로 1조1631억원 급증했다.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 수탁액은 지난 28일 현재 123조3129억원으로 3월 말보다 4조8695억원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에도 돈이 몰려서 거래랑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량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1만8074건이었던 아파트 거래량은 2월 2만8741가구에서 3월에 3만7398가구로 계속 급증하고 있다. 금주에 발표되는 4월 거래량도 최근 시장동향을 토대로 예측해보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 온 것은 아니다 IMF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까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회복하지 못 하고 물가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스트라우스 칸 IMF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으며 세계경제는 이따금 좋은 소식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소식들이 단지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시아 국가들도 절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전했다.
금융위기를 예측한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도 최근 발표한 2009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의 위축은 여전히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아주 오랜, 그리고 깊은 U자형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다. 길고 긴 경기침체의 터널을 절반 가량 지나왔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해외뿐 아니라 우리 정부쪽 시각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8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이 완전히 된 것은 아니며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은 잔존한다"며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듯 몇몇 경기지표들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도 1929년 381에서 200선 아래로 하락했다가 이듬해인 1930년 연초부터 상승랠리를 이어가 293까지 올랐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한 겨울은 지났고 봄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이후에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1932년에는 다우지수가 41을 기록했던 것이다. 41까지 하락하는 중간에도 다우지수는 수차례 20% 이상 상승했지만 그 후에는 어김없이 전저점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금융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세계적인 경제석학들이 100년만의 위기라며 대공황과 비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대공황 당시의 하락세가 3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겨우 1년을 보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모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