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팔려간 보석가게에서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병주
어쨌거나 제비가 물어온 그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끊어진 반지는 활처럼 휘어 있었고 때가 끼어 누런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지 안쪽에는 강씨의 얘기처럼 '○금당 분석 24K'라고 선명하게 적혔네요.
이 반지를 본 강씨는 무척 반가워하며 "그 반지가 맞다"고 확인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반지를 다시 되찾고 싶다는 마음도 감추지 않았네요.
그러나 무슨 일이든 어떤 물건이든, 한 번 떠나긴 쉬워도 되돌려 놓긴 힘든 법이지요. 보석가게 주인장의 마음은 사연 깃든 그 금반지를 내어놓고 쉽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이 흥정의 결말에까지 관심 갖긴 싫지만 아름답게 매듭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왔다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잠시나마 얘깃거리가 됐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에 흥미를 두고 있는 걸까요?
그 금반지의 가치는 8만5000원이었습니다. 제비네 주인집에 8만5000원의 공돈이 생겼음을 부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제비'에게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흥부와 놀부' 얘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최근 문화재청이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을 만큼 제비의 삶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처마가 없는 건축물, 갯벌과 들판의 매립과 개발, 농약의 남용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실 이런 원인자들은 제비뿐 아니라 다른 새들과 생명체에도 치명적이지요. 그럼에도 유독 제비에 신경을 더 쓰는 이유는 제비와 인간 사이의 묘한 관계 때문이지 않을까요?
처마 밑, 어쩌면 사람공간이라 할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에게 인간은 유독 애정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지저분하다며 제비집을 뜯어버리는 매몰참도 보였지만 한 해라도 제비가 찾지 않으면 마음이 쓰이는 게 보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