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앞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 질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최악의 해양오염사고인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배상 책임액은 얼마일까? 법원의 판단액은 56억 원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2007년 12월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선박책임제한 관련 재판을 통해 상법규정에 따라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에 대해 책임한도액 및 그에 따른 법정이자를 합쳐 56억 3400여만 원으로 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 금액을 즉각 공탁했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배상책임을 50억 원으로 제한해 달라는 선박책임제한절차 개시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중공업은 피해 주민들이 별도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56억 원 이상의 배상 판결이 확정돼도 56억 원까지만 물면 되게 됐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이 추정하고 있는 사고 피해액(5663억∼6013억 원) 대비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보험회사를 통해 50억 원을 받게 돼 실제 순 부담액은 6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또 삼성크레인선과 충돌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주의 배상책임 한도액 1425억 원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과실이 더 큰 사고의 원인제공자인 삼성중공업에 유조선보다 더 적은 배상책임 한도액을 물린 것이다.
법 규정의 한계 때문이 아니다. 상법에서도 '손해 발생의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무모한 행위를 하거나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가 생긴 경우에는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단지 재판부가 사고를 낸 삼성크레인선의 항해를 '무모한 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중공업해상크레인 선장이 기상악화에도 안전한 해역으로 피항하거나 닻을 내리지 않고 '무리하게' 운행을 강행하다 유조선과 충돌을 야기한 혐의로 기소했었다. 삼성중공업크레인 예인선 선장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예인 와이어를 작동하고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에 거짓 내용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했다.
항소심 형사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삼성중공업크레인 예인선 단장에 대해 추가로 유죄를 인정했다. 예인선장들과 상의한 후 조력자로서 사고를 피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사고원인자에게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지 않았다. 형사재판부가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가 생겼다고 일정하게 인정한 것을 파산재판부는 도외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