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숙(왼쪽) 선생과 10년 동안 함께 일한 이현주 선생.
김현
- 지역아동센터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늘푸른 교실'처럼 좋은 철학과 가치로 운영되는 곳과 그런 곳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긴 해요. 예전 공부방엔 빈곤 문제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철학이 있었잖아요. 그런 과정에 법 개정 운동을 했고 '지역아동센터' 자격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던 건데, 공식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시설들이 많이 늘어났죠. 저희와 같은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 드문 것 같아요. 마치 돈 저렴한 학원처럼 운영하는 곳이 많아진 거죠. 그런 것이 좀 안타깝죠."
- 일반 사람들은 그런 것을 판단하기 어려울 텐데요,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그런 것이 눈에 확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10년이 되다 보니까 아이들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쭉 지켜볼 수 있었어요. 벌써 군대 다녀온 아이들,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 취직한 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잘 커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또 하나는 우리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숙제 대신 해주고 문제집 풀어주고 하는 식으로 안 하거든요. 밥은 챙겨주지만 밥만 먹여주는 곳도 아니고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면의 상처를 들어주고 아이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해주거든요. 그런 것이 차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그런 차별을 느끼긴 쉽지 않을 거예요."
- 미신고 시설인데 구청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 같네요. "네. '늘푸른 교실'이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됐거든요. 그래서 구청도 그 취지나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해주거든요. 그런 점에서 구청도 난처한 것 같아요. '늘푸른 교실'이 지역아동센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을 받으니까요. 구청에서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라고 얘기는 해요. 저희는 상황이 안 되고요.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맙죠."
- 정부가 여러 영역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 같은데, 그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처마다 소통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중복 지원을 받는 아이들도 있지만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여러 정책이 통합되면 그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고요. 또 하나는 아이들 특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역아동센터가 필요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학교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도 있을 거고, 상담을 통해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도 있거든요. 정책 일원화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적어도 방학에 굶는 아이들은 없어야 하잖아요? 그러나 여전히 굶는 아이들이 생기는 건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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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현실화된 금액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동복지 차원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가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라고 요구했거든요. 시설로서는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자세였어요. 그래서 작년에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18평 기준으로 470만 원가량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동결된 거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딜레마가 있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시설이 3000개 이상 증가하면서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그것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서더라고요."
- 정부는 특별히 지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많이 늘려야겠네요?"작년에 연수구로부터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어요. 미신고 시설이기 때문에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많이 걱정됐는데, 시설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5천원 내는 회원이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전화도 주시고, 아무튼 조금 후원금이 늘긴 했어요.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넘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고맙더라고요. 저희는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일일주점과 같은 행사는 안 해요. 일일호프나 일일주점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의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종의 철학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큰 목돈이 들어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내부적으로는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보자는 생각이 있어요. 아이들이 중심으로 밴드를 하나 결성했는데, 아이들 노래를 CD에 담아 판매해볼 생각이 있어요. 잘 될지 모르겠지만요(웃음)."
- 올해가 매우 특별할 텐데, 10년 기념행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몇 가지 계획이 있긴 해요. 10주년 준비위원회를 꾸리면서 '늘푸른 교실'을 거쳐 간 아이들의 '동문회'를 만들어볼 생각이 있어요. 졸업한 아이들이나 현재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졸업한 아이들에게 연락하고 찾아내는 것이 큰일이죠. 그리고 매년 연말에 개최하는 발표회를 잘 준비하는 일과 소식지를 더 보강해서 동네 신문을 만드는 일 등이 현재 잡힌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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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진짜... 선생님들 월급이나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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