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볶음밥 만들기끓는 기름에 깨끗하게 씻은 쌀을 넣는다.
김준희
사이둘라 할아버지가 일어서서 주방으로 향한다. 나도 따라갔다. 양파와 당근 썬 것을 한쪽에 놓더니 이번에는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담는다. 내가 물었다.
"이거 쇠고기에요? 양고기에요?"그러자 쇠고기라고 알려준다. 그때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저녁 7시. 전기가 나가자 나는 당황했지만 할아버지는 침착하다. 양초를 두 개 가지고 오더니 불을 붙여서 주방 한쪽에 놓는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니까 언제부터 준비를 한건지 장작을 지핀 아궁이에는 커다란 솥이 놓여있다.
그 솥에서는 기름이 펄펄 끓고있다. 할아버지는 그 기름에 양파와 당근, 마늘을 넣는다. 그리고 계속 끓인다. 장작불을 조금 약하게 하고는 국자로 기름을 조금 떠서 맛을 본다. 한쪽에서는 젊은 친구가 쌀을 씻고 있다. 할아버지는 그 쌀을 가져와서 솥에 한 주걱씩 넣고 있다. 그리고는 솥에 뚜껑을 덮는다. 뜸을 들이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볶음밥 만드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쁠로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데 보통 1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니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리고 저절로 군침이 삼켜진다. 아까 2시경에 간식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러니 배가 고픈 것도 당연하다.
나는 계속 주방을 서성거리면서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토마토와 양파를 깨끗하게 씻더니 먹기좋게 썬다. 먹는 즐거움의 절반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나도 좀 도우려고 했는데 할아버지는 손도 못대게 한다.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인들은 양파와 토마토를 많이 먹는다. 볶음밥은 물론이고 꼬치구이, 고기국을 먹을때도 항상 양파와 토마토를 곁들인다. 이들 음식에 기름기가 많다보니 그것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이런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솥에서 볶음밥을 접시에 담기 시작한다. 드디어 쁠로프 완성! 평상에 탁자를 놓고 그곳으로 음식을 나르기 시작한다. 볶음밥과 토마토, 양파 샐러드, 전통빵 그리고 또다른 고기 요리도 있다. 다시 전기가 들어와서 실내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진 상태다.
우유를 발효시킨듯한 하얀 요구르트도 있다. 음식을 차례대로 탁자에 놓자 마지막으로 차가운 보드카가 나왔다. 저녁의 만찬에 술이 빠지면 안되는 법. 느끼한 볶음밥을 먹고나서 차가운 보드카로 그 기름기를 없애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자 할아버지는 어서 먹으라면서 볶음밥을 권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넣었던 마늘도 먹기 좋게 익혀진 상태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밥도 밥이지만 마늘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마늘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한국에 있을때는 마늘을 좋아해서 참 많이 먹었는데.
나는 밥을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마늘껍질을 벗겼다. 할아버지와 젊은 친구도 음식을 먹으면서 나에게 보드카를 권한다. 이곳에 와서 쁠로프 만드는 과정을 구경했으니, 그리고 배부르게 먹고있으니 오늘도 운이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