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우리과 졸업식 장면. 매년 학생회에서는 졸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조촐한 정성을 보여주곤 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회
졸업이 주는 의미가 뭔지 되짚게 하는 요즘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대학을 다녔을까? 공부? 취업? 인간관계? 연애? 자아실현? 아마 여러 가지 꿈을 앉고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우리가 꿈꾸듯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뜻을 펼치기엔, 우리가 떠안아야 할 사회적인 짐이 너무 많았다. 다시 우리는 고3 수험생이 된 것마냥 취업입시준비를 해야 했다.
극도로 위축된 대학사회 속에서 우리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대학 졸업장을 앞세워 좋은 직장에 입성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독한 불황이 밀어닥쳤다. 자기소개서 수십 개를 뿌려도 조건 좋은 기업은커녕 내 한 몸 받아주겠다는 회사 하나 없다.
올해 졸업생 중 60% 가량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하는 걸 보니, 엄살 떠는 말이 아닌 건 분명하다. 네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고, 저들의 절망이 아닌 우리의 절망임이 가까이에서 느껴진다. 오직 하나의 꿈과 욕망만을 강요받았던 대학생활, 그 바람과 꿈이 투영되지 않은 졸업장이 한낱 종잇조각처럼 하찮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취업에 구속된 졸업장, 경기한파에 작아지는 졸업장이라,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대학이 취업학원화됐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지금처럼 피부에 닿게 느껴진 때도 없었다. 학사모가 갖는 가치마저 취업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종속되는 상황이라니, 막장까지 치달은 느낌이랄까. 1백만 청년실업시대에서 졸업 그 자체가 갖는 독립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있기나 한 건지, 우리들의 학창생활은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럽다.
내년 졸업식 때 나는 웃을 수 있을까? 내년이면 나도 졸업이다. 지난 시간을 회고하면, 회색빛 대학 문화에 실망한 나머지 그 틀을 탈피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자 여러 '뻘짓'을 궁리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얽매임 없이 대학을 다녔다. 쓴말 단말, 하고 싶은 얘기 하고, 마음 울리는 현장, 부담 없이 발발거리며 쫓아다녔다. 다르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고, 젊은 사람으로서 나름의 부채의식도 있었다. 철없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용서돼는 행동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4학년, 최악의 고용대란 직격탄을 맞은 시기, 어떻게든 처절하게 내 밥줄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점차 압박이 밀려온다. 캠퍼스를 떠나면, '생존경쟁'이란 말은 더 이상 비판의 대상만이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1년 후 졸업식에서 나는 여전히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을까? 졸업장을 앞에 두고도 시니컬하게 자유로움과 낭만을 마음에 품을 수 있을까? 안쓰러운 곡소리만 들리는 주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레 겁부터 난다. 벌써부터 청승떨긴 이르지만,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 '불황이 OOO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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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대란 직격탄... "졸업식장 뭐하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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