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마운 사람들

등록 2009.01.09 10:16수정 2009.01.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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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하면서부터 오랫동안 종가 맏며느리로 사느라 온종일 집안 일에만 묻혀 살았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대부분은 내 몫이었다. 그렇게 식구들과 지내다가 시부모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자 가사 일이 조금 줄어들어 새롭게 바깥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밖에 나가게 되니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무척이나 적응하기 힘들었다. 혼자 하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일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신경 쓰였고 긴장하게 되었다. 별 의미없이 던지는 말 한 마디에도 상처 입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후회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보면 피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서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은 일하는 것보다 더 빨리 나를 피로에 지치게 만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차가 서버렸다. 출근길에 도로에서 꼼짝 못하게 된 나는 몹시 당황했다. 그러자 그때 누군가가 차를 길가로 밀어서 세워주고 렉카를 불러주었다. 그 사람은 아무 상관도 없는 내게 친절을 베풀어주고 걱정해주었다. 그 사람이 떠나고 한참 후 렉카가 와서 견인해가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쉰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내게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아니 아무 상관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 것이다.

 

며칠 전에도 아침 일찍 문방구에서 급히 사야 할 물건이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그 시간에 문을 열지 않는다. 혹시나 하면서 내려갔는데 그 가게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위기에 처할 때 사람이 성숙해진다고 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만 할 이 세상에서 나는 어리석게도 혼자서 살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하느님께서 내가 항상 사람들과 함께 있게 한 것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를 원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 사건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내가 사람들을 피하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정을 나누어주면서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안배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 일을 겪고 나서인지 요즈음은 무심하게 스쳤던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감사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마치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기 위하여 존재하게 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하나같이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게다가 지금은 병을 앓고 있으니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 하나, 위로의 말 한 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사람처럼 따스한 존재가 또 있을까.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감사하고 감사하며 살리라.

 

2009.01.09 10:16ⓒ 2009 OhmyNews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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