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소재로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
청년필름
미국 등 서구 성공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데 반해 제3세계, 특히 세계성공회 신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성공회의 경우 반대가 심한 편이다. 신도가 1천만이 넘는 나이지리아 성공회 아키놀라 대주교는 동성애는 교회에서 추방돼야 할 '사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성공회를 탈퇴한 교회들을 자신의 교구로 받아들였다. 아프리카지역 성공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식민 모국에 대한 반발과 함께 역시 동성애를 가장 추악한 범죄로 간주하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나이지라아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교회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7년 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입법권고로 정부가 동성애자를 포함하는 '차별금지법'을 추진하자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은 성경에서 금지하고 있는 동성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성경에 동성애를 엄격히 규제(레위기 20장 13절)하고 징벌의 대상(로마서 1장 24∼27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더 나아가 우상숭배 행위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권오성 목사는 "성경 해석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성적 지향'을 법안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기독교의 이름으로도 차별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원안대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를 두고 신구교의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예수는 동성애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마가복음 10장에 "창조시로부터 저희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이러한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가복음 1O장 6~9절)라고 돼 있다.
이 정도의 내용은 결혼식 주례사에 해당하는 내용이지 특정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예수가 유대전통을 어기고 결혼을 안 한 것은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며 제자 요한을 통해 동성애에 눈 뜨게 되었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당시의 정결법 체계를 전복시키기 위해 성전정화에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1993년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주최 여성대회에서 미국침례교회(ABC)소속 목사이자 레즈비언인 네디언 비숍은 '교회 안에서의 레즈비언 예언자의 소리'라는 발제를 통해 성서에서 자매로 나오는 마르다와 마리아는 자매가 아니라 레즈비언이라고 말했고 2003년 미국 성공회 뉴햄프셔지역 주교이자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은 예수가 자신과 같은 게이였으며, 제자들을 비롯해 많은 남성들과 가까운 관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교에선 모든 성관계를 엄격하게 금해예수를 동성애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은 문화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1977년 제임스 커컵은 예수에 대한 로마 백부장의 사랑을 동성애적으로 묘사한 시를 발표했고 동성애자인 미국인 극작가 테렌스 맥넬리는 1998년 예수를 동성애자로 묘사한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를 발표했다. 커컵은 신성모독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으며 맥넬리 역시 수차례에 걸쳐 살해위협에 시달렸고 연극도 폭탄테러위협을 받으면서 상연되기도 했다. 이후 <코퍼스 크리스티>는 동성애자 축제의 단골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으며 2008년 11월 뉴욕 그리니치 빌리치에서 상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동성애를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 신은 오직 이성애만을 인정한다 ▲ 동성애의 감정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지만 동성애자들은 질병과 결점을 가진 존재로 창조되었다 ▲ 어떤 사람들은 왼손잡이로 태어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색맹으로 태어나듯이 신의 창조적 표현이 동성애자로 태어나게도 한다 ▲ 동성애자들은 창조의 은혜와 선함의 일부로서 동성애는 창조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을 풍성하고 신실하게 만든다. 앞의 두 부분은 보수 쪽 관점이고 뒤의 두 부분은 진보 쪽 입장에 가깝다.
개신교나 천주교가 동성애문제로 큰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불교는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사물과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전통과 함께 붓다가 동성 간 결혼에 대해 특별히 지지를 하거나 반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동성 간 관계를 반대하기보다는 이성간 관계를 포함한 모든 성관계가 궁극적 목적인 '깨달음'을 방해하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승단에서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genders)의 구별이 타락·몰락의 일부라고 보기도 한다. 불교의 창세기라고 할 수 있는 아가-아수타(Agga-asutta)에는 본래, 인류의 조상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고, 마음으로 태어났으며 성의 구별이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마음이 최고이고 성별이 없는 것이 더 상위의 존재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예수와 붓다 살아있다면, 손잡고 <쌍화점>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