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27)
곽진성
김은아가 푸드스타일리스트란 직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열아홉살 때. 당시 고3이던 그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우연히 본 푸드스타일리스트의 매력에 반하고 말았다. 김은아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한다.
"바로 저거다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패션·디자인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이었으니까요" 이후 그는 중앙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해 음식과 영양에 대한 기초를 쌓아갔다.
하지만 당시 신입생이었던 김은아는 이런 기본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학원이나 외국 유학을 무조건 다녀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그에게 유학, 그리고 학원 공부 같이 돈 드는 일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결국 김은아는 남다른 결심을 한다.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급 어시스턴트 생활도 병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어시스턴트 생활이었어요. 하지만 어시스턴트를 시작하고 나서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었죠. 업계의 관행상 거의 무보수였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는데 그만큼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고생했습니다."그해 가을, 김은아는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낸 푸드스타일리스트(김경미)를 찾아가 자신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사실,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청소만 해도 좋으니까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싶다는 내용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어요. 기대는 안 했는데 이틀 후에 전화가 왔었죠. 다음 날 촬영이 있으니 모 스튜디오로 면접을 하러 오라고 하셨던 거예요. 다음 날 찾아갔는데 촬영이 한창이었고 김경미 선생님은 '힘들 텐데 버틸 수 있겠나'라는 질문만 하셨거든요. 저 역시 '네'라고 힘 있는 대답만 하고는 짐 나르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겨울방학 내내 선생님 어시스턴트로 일했죠."그런 당당함 때문일까? 얼마 후, 그는 푸드스타일리스트로부터 "일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낸다. 어시스턴트 생활을 시작하며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산에서 강남구 신사동까지 출근했고 일주일에 태반은 1톤 트럭을 타고 다니며 이태원과 논현동·신사동의 가구와 그릇·소품을 협찬 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삿짐 나르듯이 오르내려야 했다.
큰 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 수십만원짜리 그릇을 깼던 것이다. 당시 자신이 그릇값을 물어줘야 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선생님이 이해해줘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며 그는 밝게 웃는다. 스무살, 남들은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길 나이지만 김은아는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뛰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배우면서 발전할 수 있었어요. 김경미 선생님께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격려를 해주셨죠. 지금도 힘들 때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기억해요. 포기하지 말고 10년 동안만 꾸준히 한 길을 가라. 그러면 어느 순간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