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어린이둘이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는 어린이. 둘은 남매일까요. 찍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 〈아벨서점〉에서)
최종규
[198] 나는 모른다 :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이 알아낸 뒤에 말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으리라. 다 알고 말해야 하나? 다 아는 사람만 말해야 하나? 아는 만큼 말하고, 모르는 만큼 들으며, 아는 만큼 곰삭이고, 모르는 만큼 받아들이며, 아는 만큼 펼치고, 모르는 만큼 배우며, 아는 만큼 나누고, 모르는 만큼 얻으며, 아는 만큼 찍고, 모르는 만큼 구경하며 사진을 즐길 수 있으면 되지 않나. 그런데 안다는 사람들은 참말 무얼 알고 있을까? 어떻게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 지식쪼가리들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든 사람이 ‘모든 갈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사진을 똑같이 찍어야 하는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예식장에서 똑같은 차례에 따라 시집장가를 가서 똑같은 병원에서 똑같이 배를 가르거나 회음부를 자르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그러면 시집장가 못 가는 사람과, 아이를 못 낳는 사람은 뭔가?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아이들은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고 꼭 학교를 마쳐야 하고 무슨무슨 교과서로 무슨무슨 지식들을 배워야 하고 영어를 못하면 안 된다고?
사진쟁이가 되려면 어김없이 이러저러한 기계를 써야 하고, 어떤 사진 기술이 있어야 하며, 어떤 구도를 잡을 수 있어야 사진이 된다고? 대학교를 나와야 사진쟁이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고, 누구 밑에서 배웠다는 줄을 세워야 사진밭에 발을 들이밀 수 있으며,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사진 이론이 서고, 미국이나 프랑스로 떠나 공부를 해야 사진을 가르칠 수 있다고? 젠장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살면서 사진을 찍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