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브레로 쓴 귀여운 꼬마가 눈으로 말한다.“형, 장난해? 왜 그렇게 죽을상이야? 나도 올라갔다 왔는데.”
문종성
'얘들아, 형아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니들은 조상 때부터 대대로 높은 곳에서 살아서 최대한 산소를 빨아들이는 피지컬 체계가 완성된 상태지만... 이 형아는 말이다, 해발 0m의 바다도시에서 살고 왔거덩. 봐라, 그니깐 뭐냐 충분한 고도 적응이 아직 안 되었단 거지. 그래서 숨쉬기가 곤란하고, 에 또….'
이렇게 눈빛으로 강렬히 말하는데도 애들 앞에서 스스로 초라해지는 이유는 뭘까. 괜히 구차해지는 것 같아 슬프다. 그늘 한 점 없는 거친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는 건 고역이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청풍에 청승맞게 시 한 수 읊어본다.
'피라미드 높다하되 하늘 아래 돌계단이라 / 오르고 또 오르면 유적 전경 감상하거늘 /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사진만 찍고간다 하더라.' 무한한 환상을 자아내는 피라미드후들거리는 다리로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에 올랐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피라미드를 오르다니 감격적인 순간이 따로 없었다. 정상은 뾰족하지 않고 밋밋한 평지로 되어 있는데 바로 신전이 세워져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피라미드의 서쪽에는 4각형 단이 6도의 경사각으로 일몰 위치를 보인다. 이 방위각은 태양의 회귀선으로 하짓날 태양이 정확히 태양의 피라미드 정면을 비추도록 설계되었다. 즉 자연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축복해 주는 것이다. 이 태양의 신전은 끝없는 높이와 무한한 공간으로 환상을 자아낸다. 거대한 신전의 계단 밑에 서 있는 인디오는 신전 꼭대기에 있는 제사장을 잘 볼 수 없으며 단지 끝없는 높이와 무한한 공간으로 환상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