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견학 온 아이들사진기 꺼내자마자 달려드는 귀여운 녀석들. 자세히 보면 커플의심 한 쌍이 눈에 보인다.
문종성
단 시간 내에 다 볼 수 없다는 엄청난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그 곳. 혹자는 차분하고 꼼꼼하게 감상해야 한다면 며칠을 투자해야 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 곳. 멕시코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며 이곳을 보지 않으면 멕시코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수많은 여행기를 통해 화려하게 채색된 그 곳.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
하지만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아니면 내 입맛이 까탈스러워 그 많은 음식이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 한 번 눈길을 던지면 마치 아스텍의 문명이 단번에 머리로 가슴으로 흡수될 것 같았던 환상은 오래지 않아 깨져 버렸다. 아마도 역사와 문화를 보는 안목이 낮은 것이리라.
세계 대도시에서 보던 여느 역사박물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단지 더 크고 화려하다는 생각밖에는…. 아마도 역사에 대해 지식의 깊이가 얕고 무관심한 나의 무지의 소치인 것만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 해도 단 두 시간여 만에 인류학 박물관을 쫘악 둘러보다니. 대충대충 걷고 설렁설렁 보고 건성건성 듣고…. 역시 난 박제된 문화로 역사를 보는 박물관보단 살가운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더 끌린다. 더 쉽고, 더 재미있고, 더 해보고 싶은 것. 이렇게라도 위로하지 않으면 모두가 경탄하고 진지하게 연구하는 배움의 터에서 철없이 뒷짐지고 가끔 탄성만 자아내는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