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나왔다는 아주머니, 어쩌다 한두 명씩 오가는 사람들, 장터는 한산한 풍경이다.
조찬현
흥정 속에 한줌의 덤과 함께 묻어나는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 또한 정겹다. 장구경의 멋은 누가 뭐래도 역시 먹을거리다. 팥죽집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창가에 하얗게 서린 김이 시장기를 돌게 한다. 시골장터의 국밥과 팥죽의 맛을 그 어느 것에 견줄까.
황룡장 입구에서 새를 파는 아저씨, 반찬거리가 없어서 장보러 나왔다는 아주머니, 어쩌다 한두 명씩 오가는 사람들, 장터는 한산한 풍경이다. 상인들은 파장 무렵이어서인지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어물전을 돌아봤다. 홍어, 동태, 고등어, 해삼, 산낙지…. 장성지역은 뭍인데도 시장에는 다양한 생선들이 구색 맞춰 다 있다. 장사 잘 하셨느냐고 물어보자 어물전 아주머니는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굴비할머니는 장사가 안 된다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아침 일찍 나와 파장이 다 되가는데도 여태껏 마수걸이도 못했다며 굴비 두름을 챙기고 있다. 50년이 넘게 장터를 지키고 있다는 신 할머니(76·신수임)는 애가 타는지 연거푸 담배만 피워댄다. 할머니의 가게 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엮인 굴비가 애처롭기만 하다.
"요즘 경기가 어때요?""사람들이 살기가 힘든께… 무엇을 묵어야 팔리제, 안 팔려.""마수걸이는 하셨어요?""하나도 못 팔았어. 행여나 하고 오랜만에 나왔는데…."
예쁜 홍어, 침샘 자극하는 알싸한 '홍어회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