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콘서트 홍보 사진
v2b global
중학교 다닐 때쯤으로 기억됩니다. 텔레비전이 없는 집에 살았던 저는 이웃집을 기웃거리며 텔레비전 동냥(?)을 했었습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많았는데, 내 집것이 아닌 이상 맘껏 볼 수 없었죠. 그러던 우리집에 텔레비전이 생겼습니다. 이젠 서러움(?) 안 받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다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당시 저는 가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새벽비' '제3한강교'를 부르던 혜은이의 리사이틀을 보러갈 정도였으니까요. 틈만 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쇼 프로그램을 보는 게 저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그걸 싫어하셨습니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금세 채널을 뉴스로 돌려버릴 정도였죠. 그도 아니면 아예 꺼버렸습니다.
저와 아버지의 텔레비전을 둘러싼 갈등은 거의 날마다 빚어졌습니다. 그 때 결심했죠. 다음에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면 절대 안 그러겠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쇼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같이 듣는 이해심 많은 아빠가 되겠다고.
사춘기 아이와 제 사이 벽 없애준 대중가요세월이 흘러 저는 아빠가 됐습니다. 아이들하고도 비교적 잘 어울려 노는 편입니다. 지금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약간의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아빠는 이해를 못한다거나 아빠는 몰라도 된다는 둥 하면서 핀잔을 주었습니다.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서운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이며 짜증을 낼 때는 저도 모르게 같이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딸들은 커가면서 엄마편이 되어 간다더니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렇게 돼가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벽을 허물어뜨리는 데는 대중가요가 한몫 했습니다. 딸아이가 가요를 들으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MP3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사이버머니 충전을 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두말없이 2000원씩, 3000원씩 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딸아이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관심을 보였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다운받아 따로 저장해 두면, 그걸 다시 CD에 담아 차에서 들을 수 있도록 배려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대화의 주제 또한 자연스럽게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가수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거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노래도 같이 흥얼거리고….
"아빠! 이 노래가 뭔 줄 아세요. 누가 부르게요?""……""여러 번 가르쳐 드렸는데 아직도 몰라요. '하루하루'.""아. 그렇구나. 빅뱅이 부르는 노래.""그럼 이 노래는요?""이건 아빠도 알지.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맞다. 이건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노래지.""아빠, 동방신기 노래가 뭐가 선정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