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네들의 놀이 골목에서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다.
문종성
20여분 만에 나온 직원은 기다리란 말만 하고 여권과 항공권을 건네 준 뒤 다시 들어가 버렸다. 도와주던 경찰도 떠나고 나 혼자 이민국 건물 밖에서 밤바람을 맞대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또 조사 때문에 내 여권과 항공권을 달라고 하니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답답했던 것이다.
다시 시간을 죽이고 나서 나온 직원은 그토록 소식을 기다리던 내게 감정 없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성과가 없어. 가 봐."정말로 조사는 제대로 해 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경과도 가르쳐 주지 않고, 경찰이 부탁했는데도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나에게 무성의하게 대하는 태도란.
9시가 넘었다. J를 찾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 숙소가 필요했다. 이민국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영 마뜩찮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잠자리는 알아봐야 해서 직원에게 숙소에 대해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놀부 심보가 따로 없었다.
"주변을 돌아 봐. 아님 센트로로 가든지."'누가 그걸 몰라? 조금만 더 세심해지면 어디 덧나나?'직원은 이쯤에서 끝내자는 듯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고, 망연자실한 난 터벅터벅 이민국을 나왔다. 그 때 이민국 맞은 편 건물에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혹시나 싶어 숙소를 물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맞은편에서 나를 보며 진작부터 상황을 알아채고 있었다. 살짝 토라져 서러웠던 난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했더니 별안간 그 중 한 남자가 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술에 약간 취한 그는 내 얘기를 듣고는 얼굴이 더욱 붉게 상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