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끝이 안보이는 사막
김준희
어제 날 재워준 무자파르의 말이 맞다면 오늘 나는 45km를 걸어가야 한다. 나는 생수 1리터 한병을 더 사서 아침 7시에 길을 떠났다. 무자파르는 아직도 자고 있고 그의 부인은 부시시한 얼굴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어젯밤에 마신 맥주 한병과 커다란 메론이 아직 뱃속에 남아 있는지 배도 고프지 않다. 지금처럼 맑은 날씨와 가벼운 몸상태라면 충분히 45km 주파가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다. 풍경은 어제와 똑같다. 끝없는 사막과 지평선까지 뻗어있는 포장도로.
9시에 한 트럭앞에 서있던 3명의 남자들을 보았다. 이들은 여기서 35km를 더가면 식당이 있단다. 뭔가 일이 잘 풀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나는 2시간 동안 10km를 걸어왔다는 이야기다. 시속 5km의 속도로 계속 걸을 수 있을까.
이른 아침의 키질쿰 사막은 글자그대로 상쾌하다. 태양은 뜨겁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걷다가 지루해진 나는 혼자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아침이슬. 어찌보면 이 노래의 가사야말로 지금의 내 상태와 딱 들어맞는다. 태양은 사막 너머로 붉게 떠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이다. 나는 있지도 않은 서러움을 모두 버린 채 이 거친 키질쿰 광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래도 몇번 부르고 나니까 지겨워진다. 나는 길 한쪽에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를 동작시켜서 '셀카'를 찍었다. 내가 걷는 모습을 앞에서 한장, 뒤에서 한장 찍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정말 즐거운 도보여행 길이다.
지금의 이 길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일종의 고속도로다. 주위에는 상점도 집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아니 사막이니까 온 천지가 다 화장실이라고 해야할까. 주변에 별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차도 빨리 달릴 수 있고, 나도 빨리 걷는 것이 가능하다.
도시나 마을에서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빨리 걷기가 힘들다. 주변에 상점이 보일 때마다 왠지 상점에 들어가서 뭔가를 사야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대신에 사막의 길은 그렇지 않다. 주위에 신경쓸 필요없이 오직 걷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시속 5km라는 속도도 그래서 가능할 것이다.
혼자 사막 길을 걷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