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섬 가는 길에 줄낚시로 잡아올린 붉은 물고기. 50cm가 넘는 이 물고기를 5달러를 주고 샀다.
조경국
아침식사는 아주 간단했다. 고구마 같은 것을 넣어 만든 빵을 기름에 튀긴 것과 커피가 전부였으니까. 입맛이 없었다. 하긴 이른 아침부터 돼지 두 마리가 죽는 것을 봤으니 식욕이 땡긴다면 이상한 것이겠지.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렸다. 이제는 배를 타고 자코섬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자코섬은 직경이 11㎞인 긴 타원형 무인도로 지금은 원숭이만 살고 있단다. 인도네시아가 점령했을 때는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자코섬에는 인도네시아가 세운 구조물이 남아 있다. 멀리서도 보인다. 자코섬에는 식수가 없단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라리를 만난 덕분에 배를 타는 인원이 늘어났다. 우리 일행 넷과 라리, 선장, 현지인 가이드 이렇게 일곱 명이 된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니 현지인 가이드가 한 일은 생선 한 마리를 낚은 것 외에는 없다.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하게 나서서 한 일도 없다. 아, 중간에 모터보트의 기름을 채워넣는 일을 하기는 했다.
그래도 현지인 가이드 덕분에 제법 큰 붉은 생선 한 마리를 낚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터보트 위에서 별다른 미끼 없이 생선을 잡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를 배에 태운 것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잡은 생선은 5달러를 주고 사서 딜리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콤비치의 리조트에서 바비큐를 해먹었다. 싱싱해서 그런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있었다.
배는 일곱명이 타니 꽉 찬다. 자코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온다고 했다. 섬 둘레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쯤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1시간 40분쯤 걸렸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다. 평온한 바다를 모터보트가 달린다. 이따금 배가 흔들거리긴 했지만 위험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푸른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맑은 바닷 속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뱃전에서 바닷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휘저어 본다. 시원하다.
평소에도 이 바다가 이렇게 잔잔한지 궁금해졌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해일이 이는 날에는 위험하단다. 실제로 자코섬을 돌다가 해일이 너무 세서 살아 돌아가지 못하는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운이 좋았다. 그런 위험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자코 섬에 내려서 둘러보았으면 좋았으련만 우리는 멀리서 섬을 보기만 했다. 아무도 섬에 가라고 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배가 다시 뚜뚜알라 해변으로 돌아가자 남자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 모래사장으로 배를 끌어낸다. 이들은 전부 라리네 패밀리란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빌려주기도 하고 바다에서 생선을 잡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라리는 뚜뚜알라 마을까지 태워다 달라고 했다. 걸어서 가면 1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 그래서 라리와 함께 공동우물이 있는 뚜뚜알라 마을까지 같이 갔다. 라리의 집은 그곳에 있었고, 간 김에 우리는 라리네 집 구경을 하기로 했다.
티모르에서 처음 보는 하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