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뚜알라 해변에서 지는 해를 따라가는 돌고래를 봤다. 인적없는 뚜뚜알라 해변은 맑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조경국
머리 감는 물, 어째 이상하네...뚜뚜알라 해변에 딱 하나 있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우리 일행은 티모르인 운전사 아자노와 전흥수 고문, 나 그리고 조경국 기자. 야자나무 잎으로 지붕을 만든 방갈로 세 개를 빌렸다. 하나는 내가 쓰고, 전 고문과 조 기자가 하나를 쓰고, 아자노가 하나를 쓰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손님용 방갈로가 4개, 식당 건물이 하나, 안채처럼 보이는 건물 세 개로 이뤄져 있었다. 전부 나무로 만들어졌다. 바닥과 기둥은 대나무로 만든 것 같다.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집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전기가 안 들어온다네.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방갈로에는 전기가 연결되지 않았단다. 촛불을 사용해야 한단다. 뭐, 하룻밤쯤 촛불에 의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바닷가인데도 부는 바람은 후텁지근하다. 온 몸이 끈적거려 아무래도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장은 화장실을 겸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사각 물통 안에 물이 담겨 있다. 이 물통이 화장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화장실, 돌이켜 생각하니 다시 가고싶지 않다. 밤에 화장실에 갔다가 눈이 반짝이는 쥐와 딱 마주쳤던 것이다.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둘 다 혼비백산했다. 정말이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녀석에게도 그랬겠지만.
어쨌거나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내려고 샤워장에 가서 머리부터 감기 시작했는데, 거품이 일지 않는다. 바닷가라 센물이라서 그런가, 하면서 열심히 거품을 만들었는데 노력이 계속해서 수포로 돌아간다. 그런데, 입 안으로 어쩌다 흘러 들어간 물의 맛이 어째 찝찌름하다. 아니, 짜다. 바닷물이었던 것이다.
바닷물에 감은 머리는 머릿기름을 잔뜩 발라 엉겨붙은 것 같은 느낌을 안겨 주었다. 끈적하고 눅눅하고 무겁고, 그런 여러 가지 느낌이 한꺼번에 뒤엉켜 꿉꿉하기까지 했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아까 지나왔던 공동우물까지 왕복 세 시간을 걸어서 물을 뜨러 간다고 한다. 이렇게 어렵게 떠온 물을 씻는데 사용할 수는 없겠지. 바닷물에서 해수욕은 해봤어도 그 물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잠을 자야 했다.
어쩐지 전 고문은 씻지 않더라니…. 전 고문은 이 곳에 두 번째 오는 것이었다.
고작 3개월 배우고 영어 회화가 가능하다니!저녁식사를 주문했더니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리게 한 뒤에 밥을 준다. 참 느긋하기도 하지. 밥과 볶은 쌀국수(미골렝)와 야채스프, 닭튀김을 먹었다. 물론 우리가 주문한 메뉴다. 음식맛은 그저 그렇다.
저녁 식사를 하고, 조 기자와 나는 식당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었다. 전기가 없으니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조 기자가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와서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