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향원정경복궁 향원정의 지붕은 북악의 봉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경복궁 담장은 자연과 후원을 경계 지을 뿐 양자를 차단하지 않는다. 북악의 봉우리가 향원정 지붕에 내려앉은 모습이다.
김정봉
사전적 의미로 정원(庭園)은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원림(園林)이라는 것이 있는데 원림은 정원에다 숲의 영역을 포함한다. 유홍준 교수도 "원림(園林)은 동산과 숲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칸과 정자를 배치한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정원은 개념적으로 원림에 가깝다.
자연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만들어지는 우리의 정원을 집안이라는 영역으로 한정한다면 우리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거의 모든 정원이 담으로 자연과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담은 일정한 영역을 표시할 뿐 담 밖과 담 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담을 너머 끊임없이 교류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정원은 자연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자연을 빌려 정원을 조성하려 한 점이 우리 정원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다. 정원은 정원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자연의 연장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다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으려 했다. 동산이나 계곡, 하찮은 길이라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고 생긴 그대로 이용하고 화룡점정하듯 한 모퉁이에 건축물을 세워 자연 풍광을 한층 빛나게 하였다. 그저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을 가졌다.
최순우 선생은 "뒷동산의 잘 생긴 바위 한덩어리, 등 넘어가는 오솔길 한 갈래, 축동의 노목 한 그루에도 정령과 생명이 스며 있다는 생각, 즉 자연도 인간못지 않은 존귀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자연은 공경의 대상이요, 두려움의 대상이어서 함부로 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우리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에 대해 무한히 애정을 쏟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절히 인공을 가하여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지세에 어울리도록 크지도 그렇다고 옹색하지 않게 건축물을 세운다던가 계류를 돌아 나가게 하거나 끌어들여 풍류 공간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