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인촌 장관, 신재민 차관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권우성
그런데도 '국정감사 요구자료'가 이처럼 두터운 것은 언론들이 각 의원실마다 몇 건의 자료를 요구했는지를 계량화해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감 때마다 보좌진은 다른 의원실에서 몇 건의 자료를 요구했는지 눈치를 보면서 경쟁적으로 자료요구 건수를 늘리려는 습성이 있다.
그나마 정부는 '국정감사 요구자료'일 망정 가능한 한 부실한 자료를 최대한 시일을 늦춰서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국회 제공 자료에 대한 '최소제공의 원칙'이다. 즉, 답변은 두루뭉술하게 하고 통계는 총액만 제공하는 식으로 '최소제공의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때와 달리 18대 국회는 거대여당과 소수야당의 구도여서 피감기관들이 '거대여당'을 믿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무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는 자료제출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등 국감 첫날부터 파행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이 현재 문제삼고 있는 미제출 국감자료는 ▲ 국무조정회의 회의록(정무위) ▲ 정부의 세제개편과 관련한 세입추계서(기획재정위) ▲ 2008년 특별교부세 교부내역(행안부) ▲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통심의위의 회의록(문방위) ▲ 멜라민 식품문제에 관한 공문수발 대장 및 부처간 공문 등이다.
이 가운데 회의록은 가장 일반적이고 공식적인 공개자료다. 특히 행안부는 특별교부세 교부내역에 대해서 2007년 자료까지는 제출하면서도 2008년 자료 제출은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감은 현 정권에 대한 국감이지 과거정권, 과거정책에 대한 국감이 아니다"라면서 "행안부의 시계는 노무현 정부 이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원천적으로 '불공정게임'... 어렵게 자료 구해도 '김빼기'로 무력화보좌진들이 어렵게 자료를 구해도 피감기관이 '김빼기'로 이를 무력화시킬 때도 한다. 이번에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국정감사와 관련해, 의원들이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복지부가 미리 이를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야당이 "국감 김빼기"라고 반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 장관은 17대 국회 때만 해도 국회 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실한 자료를 내는 사람을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해야 할 장관이 도리어 장관이 되더니 자료 비협조를 넘어 국감 물타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흔히 국회의 국정감사를 감사원 감사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국감은 감사원 감사에 비하면 원천적으로 '불공정 게임'이다. 감사원이나 본부(본청) 그리고 자체 감사는 피감기관의 모든 서류를 보면서 하지만 국정감사는 '최소제공의 원칙'에 따라 제공된 서류만 보면서 하게 되므로 공정한 게임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회계감사원(GAO)처럼 입법부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 보좌진이 국감 준비단계에서 1차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바로 해당기관의 문제점을 잘 정리해 놓은 감사원 처분요구서, 본부(본청)의 감사결과 보고서, 자체감사 결과보고서 등이다.
아무리 국감 준비를 충실히 해도 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국가기관 129곳과 광역자치단체 29곳, 정부 투자기관 18곳 등 피감기관으로 선정된 477개 기관을 감사하는 것부터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국회가 상임위마다 개별 사안별로 소위를 만들어 정책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는 17대 때 이미 상임위별로 소위를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상임위에 두고 있는 예산결산소위, 청원소위, 법안소위 말고도 사안별로 정책소위를 구성해 정책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소위가 없으니 의원들이 쟁점 사안에 대해 깊이 들어갈 수가 없고 상임위에 의원들이 많아도 다들 비슷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