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망산...
이명화
이른 아침 쌀쌀하게 느껴졌던 그 공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산행 길에 제법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해발 1.1킬로미터 거리이다. 우거진 숲길을 얼마쯤 지나자 너덜지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동백나무들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법 우듬지가 큰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뿌리 근처에는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발아해 싹이 나고 잎이 돋아 제법 모양을 갖춘 작은 동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어 신기하다.
동백나무로 군락을 이룬 너덜지대를 지나 해미장골등(1:50)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서늘한 바람이 몸에 닿는다. 정상까지는 0.5킬로미터 앞두고 있다. 여기서 저구까지는 4.4킬로미터 거리, 시야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바람이 숲 사이로 불고, 바다 쪽에서 뱃고동 소리 간헐적으로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온다. 전망바위에 도착, 2시 5분이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 보이고 그 바다에 수를 놓은 크고 작은 섬들은 보석처럼 박혀 있다. 다시 걷는다.
숲은 여백이 있어 좋고 왼쪽 옆구리엔 바다를 끼고 오르는 등산로, 발걸음 가볍고 마음 상쾌하다. 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몇 개의 조망바위를 만난다. 조망바위는 멀지 않은 등산로에 가끔 있어 바다를 보며 쉴 수 있어 좋다. 탁월한 전망이다. 망산 정상에 도착, 2시 15분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산’ 망산 주변에는 수많은 보석처럼 섬이 점점이 박혀 있다.
동해는 탁 트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하염없이 펼쳐진 코발트빛 바다가 그 특징이라면 남해는 호수처럼 고요해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 별처럼,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남해를 늘 보며 살았던 나는 탁 트인 동해가 그리울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막힌 것 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다가 좋았다. 나이가 든 지금,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신비의 섬들, 오밀조밀하고 다정해 보이는 남해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섬과 섬 사이에 바다가 덮고 있고, 섬과 섬들은 서로를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바라보며 바다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해의 다도해 전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