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스크래치
2Faith
춤이나 랩에 관심이 없던 그는 우연하게 DJ 세계에 빠져든다.(랩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우연히 녹음된 자기 랩을 듣고 '아, 난 랩은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DJ를 배우는 친구가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되면서 2FAITH는 그의 스승 DJ NEGA를 만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황을 하던 시절, 혼자 음악을 만들어보겠다고 애쓰던 시절이었다. 수많은 레코드판들, DJ 장비들, DJ NEGA와의 만남. 그곳에서 느낀 강렬한 인상을 그는 '신세계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이거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뚜렷한 계획 같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매일 방구석에서 연습 또 연습... 그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런 것을 할 운명이었다거나 하는 멋진 말이 아니라, 그저 멋져 보였고, 그 세계에 미쳐버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힙합은 어른들에게 익숙한 문화가 아니다. 부모님의 반대는 그야말로 흔한 이야기라 특별할 것이 없을 정도다. 공무원이 되기를 원한 부모님의 바람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일단 대학 들어가면 음악하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 그는 어엿한 뮤지션, 힙합 턴테이블리스트다.
걸어온 길이 쉽진 않았다. 장비를 사기 위해 각종 알바를 했고, 무엇보다 DJ가 되기 위해 혼자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길었던 외로움의 시간 끝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다들) 외로움에 사무쳤다가 만나면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동료, 선배, 후배와 함께 있다.
"DJ는 무대 밖의 감독"그가 DJ에 반한 이유 중 하나는, 겉으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뒤에서 조곤조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 같아서라고. 화려함이나 돈, 명성을 바란다면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지금 2FAITH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놀라고 있다.
수업에 오는 10대들은 퍼포먼스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면에 끌려서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그런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배우면서 점점 관심이 깊어지고 실력이 느는 10대들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고. 그는 '요즘은 이렇게 DJ관련 수업이 있고, 인터넷 동영상이든 자료가 많고, 기회가 많으니 덜 외로와도 된다'며 웃었다.
다른 많은 것들처럼 힙합 DJ도 하나의 문화다. 떠오르는 때가 있는가 하면 가라앉는 때도 온다. 게다가 '음악'이라는 것이 점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노력은 배가 되어야 한다. 변화와 유행, 문화의 흐름이 빠른 한국에서는 DJ라는 단어가 주는 화려함을 볼 것이 아니라, 수많은 뮤지션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음악과 돈, 피할 수 없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