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페라다의 금광, 파라, 브라질, 1986
세바스티앙 살가도
살가도의 마음을 움직인 현실은 그의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앞서 본 금광노동자들의 사진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금과 다이아몬드에는 살가도의 조국인 브라질을 비롯한 '제3세계' 민중의 피가 묻어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팔과 발만을 가지고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아올리던 원시적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부터 제국주의 국가였던 서구열강은 장족의 발전을 해온 반면, 식민지 국가였던 제3세계 국가들은 발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살가도가 재현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살가도가 이러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상파울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당시 남미에서는 제3세계의 저개발 원인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다.
이때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이론은 '종속이론'과 '해방신학'이다. 중심부의 착취로 인해 주변부가 가난하게 됐다는 논리를 펼치는 '종속이론'은 근대화 이론과는 상호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가 수학했던 상파울로 대학교 경제학부는 종속이론의 활발한 토의와 확산의 무대였다.
1944년 전후 시작된 세계경제의 황금기는 고속성장과 경제적·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세계란 일반적으로 서유럽과 미국만을 지칭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은 세계적인 경제성장의 원천이었으면서도 성과의 분배에서는 철저히 소외됐다.
이들 국가들은 2차대전 이후 식민지 지배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남은 식민지 유산 때문에 독자적 경제발전의 길을 봉쇄당하고 선진국의 원료공급지로 남게 된다. 수많은 귀중한 토지 및 광산은 서구 국가들의 손에 넘겨지고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의 민중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빵 몇조각을 받아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들이 게을러서 가난하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