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만들어 낸 물레방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전리 물레방아

등록 2008.08.11 08:52수정 2008.08.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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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전리 물레방아의 전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레방아입니다.

백전리 물레방아의 전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레방아입니다. ⓒ 문일식


태백·삼척·정선의 경계… 차량도 뜸하고 인적도 드뭅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산이 있는 것만큼을 뺀 나머지의 하늘과 하늘을 뺀 나머지의 울창한 산과 숲뿐 입니다. 여행은 많이 다니지만 스스로 '참 오지랖도 넓다'는 생각을 합니다. 태백 매봉산 풍력단지를 들렀다가 정선의 백전리 물레방아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정선에서 들어오면 424번 지방도에서 정선의 화암팔경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412번 지방도를 찾아가면 되지만 태백에서 넘어오는 길이다 보니 백두대간인 삼수령을 넘어 검룡소 입구를 지나 412번 지방도에 올랐습니다. 412번 지방도는 울둔에서 두 갈래 길로 나뉘는데 오른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간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a 경남 함양 물레방아 공원의 거대한 물레방아 함양은 연암 박지원 선생이 최초로 물레방아를 도입한 곳입니다.

경남 함양 물레방아 공원의 거대한 물레방아 함양은 연암 박지원 선생이 최초로 물레방아를 도입한 곳입니다. ⓒ 문일식


물레방아라 하면 엉큼한 생각도 많이 들고, 한때 고전 에로영화에도 단골명소로 나왔을 만큼 남녀간의 사랑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물레방아는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경남 함양의 안의현감으로 재직할 당시 설치한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물레방아입니다.

곡식을 찧을데 들던 노동력이 물레방아가 대신 해줌으로써 노동력 절감과 함께 생산력 향상이라는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됐습니다. 문득 15m나 되는 거대한 함양 물레방아공원의 물레방아가 생각납니다.

a 정선의 백전리와 삼척시 한소리로 나누는 백전리 계곡 물레방아가 있는 쪽은 행정구역상 정선군 백전리입니다.

정선의 백전리와 삼척시 한소리로 나누는 백전리 계곡 물레방아가 있는 쪽은 행정구역상 정선군 백전리입니다. ⓒ 문일식


우리나라 최초의 물레방아가 경남 함양에 세워졌지만, 지금까지 현존하는 물레방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바로 정선의 백전리 물레방아입니다. 만들어진지 약 100년 남짓 되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6기의 물레방아가 있었다고 합니다.

백전리에서 산간으로 이어지는 길은 정선의 백전리와 삼척의 한소리를 교묘하게 나눕니다. 실제로 시멘트 도로가 있는 쪽은 삼척의 한소리고, 계곡을 건너면 정선의 백전리입니다.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삼척시민과 정선군민으로 나뉘게 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리 하나 차이인지라 예전에는 정선의 백전리와 삼척의 한소리 주민들이 방아계를 만들어 공동으로 세웠다고 합니다. 


a  용소에서 이어지는 수원은 수로를 따라 물레방아로 떨어집니다.

용소에서 이어지는 수원은 수로를 따라 물레방아로 떨어집니다. ⓒ 문일식


백전리 물레방아 주변에는 지하수가 솟아나오는 용소가 있어 물레방아를 돌리는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소에서 나온 풍부한 물은 수로를 따라 물레방아의 구유로 떨어짐으로써 돌아가게 됩니다. 수량이 너무 많다 싶으면 축대를 넘어 바로 옆의 계곡으로 흘러듭니다.

a 물레방아간 내부의 방아공이들 백전리 물레방아의 방아공이는 두개입니다.

물레방아간 내부의 방아공이들 백전리 물레방아의 방아공이는 두개입니다. ⓒ 문일식


물레방아는 모두 56개의 구유를 가지고 있는데 물레방아를 돌리는 원천입니다. 물레방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축 양 옆에는 홈을 파 나무를 끼워 넣고, 물레방아가 돌 때 축에 끼운 나무가 돌면서 방아공이로 이어주는 부분으로 힘을 전달해줌으로써 곡식을 찧게 됩니다.


a 백전리 물레방아의 전경 물레방아에서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얇은 나무관은 물레방아 축에 물을 전달해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 역할을 합니다.

백전리 물레방아의 전경 물레방아에서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얇은 나무관은 물레방아 축에 물을 전달해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 역할을 합니다. ⓒ 문일식


백전리 물레방아의 방아공이는 모두 두 대로 물레방아 양옆으로 하나씩 걸려 있습니다. 원형의 물레방아 대각선으로 얇은 막대가 물레방아의 축쪽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면서 축에 생기는 열을 식혀주기 위해 얇은 나무에 홈을 파고 물을 흘려보내는 장치입니다.

물은 수로를 통해 거침없이 흘러드는데 물레방아는 물소리만 요란하게 전해줄 뿐 돌아가질 않습니다. 더운 삼복더위에 고식 찧을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한번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시원한 물소리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백전리 물레방아는 시도민속자료 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a 백전리 물레방아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맑은 계곡과 푸른하늘 사이로 뭉게구름이 피어 오릅니다.

백전리 물레방아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맑은 계곡과 푸른하늘 사이로 뭉게구름이 피어 오릅니다. ⓒ 문일식


백전리와 한소리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 너무 시원하고 맑아 보입니다. 그냥 눌러 앉아 몸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아직 정선의 일정이 멀어만 보입니다. 물레방아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은 이제 옛 일인것만 같습니다. 인적도 드물고  물레방아도 돌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바실리카 열린공론장, 네이버 블로그(http://guestbook.blog.naver.com/mis7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바실리카 열린공론장, 네이버 블로그(http://guestbook.blog.naver.com/mis7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전리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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