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동합천 해인사를 가려면, 이곳을 거쳐가야 해요. 백운동인데요. 가는 내내 끝없는 오르막길이라 매우 힘들었는데, 바로 이 곁에 시원한 약수터가 있어 잠깐 쉬어갑니다. 옥수수가 어찌나 맛있는지 몰라요. 가방이 무거워 넣고 가지는 못해도 뱃속에 채우고는 갈 수 있지요.
손현희
저 멀리 가야산 꼭대기에 희뿌연 안개가 걸쳐 있고 대충 봐도 높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가늠이 되었답니다. 가야산 국립공원 높이가 1430m이니까 그보다 낮은 곳에 있는 해인사까지는 너끈히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었어요.
그러나…. 백운동 계곡을 지나 야천삼거리까지 가는 동안 내리막은 딱 3분! 무려 4시간을 죽어라고 오르막만 올라갔어요. 그나마 이날은 볕이 그리 따갑지 않아서 수월하게 갔는데도 말이에요. 다행히 생각보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지요. 나중에 백운동에서 길가 옥수수 파는 아줌마한테 들어 알았지만, 기름 값이 갑자기 오르고 난 뒤부터 여기 올라오는 차가 많이 줄었답니다.
해인사…. 그 씁쓸함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있는 해인사!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절집이지요. 들머리부터 왼쪽으로 골짜기를 따라 시원한 물소리가 무척 좋았어요. 무엇보다 엄청스럽게 큰 바위에다가 갖가지 글자를 새긴 게 매우 많았는데, 그 옛날 누가 저 많은 바위에 글자를 새겼을까? 퍽이나 신기하고 놀라웠지요.
여기부터는 희한하게도 차가 많이 올라가네요. 나중에 보니, 해인사 절집 마당까지 찻길이 놓여있는데, 오르막길 내내 차를 피하느라고 한쪽으로 바짝 붙어서 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우와~! 저 물소리 좀 들어봐! 사람들은 저렇게 차만 타고 다니니까 이렇게 좋은 소리, 좋은 경치를 다 놓치고 가잖아. 어찌 보면 참 딱하다."남편이 골짜기 아래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사진을 찍다 말고 얘기했어요.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해인사까지 모두 차를 타고 가는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이며, 아름답고 멋진 풍경은 또 어떻게 느낄는지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이를 보지 못했답니다. 편한 것만 좇다 보니, 놓치는 것도 퍽 많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안타까웠어요.
해인사에는 듣던 대로 매우 크고 넓은 절집이더군요. 사람들이 매우 많았는데, 마침 방학이라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불교문화를 배우고 있는 듯했어요. 무엇보다 꽤 남달라 보였던 건, '탑돌이'를 할 수 있도록 마당에 여러 갈래로 칸을 만들어놓고 그 길을 따라 두 손을 모으며 빙빙 도는 모습이었어요. '저 어린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까?'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지금까지 문화재를 찾아다닌다고 여러 절집을 다녀봤지만, 이름나고 큰 절집일수록 그다지 마음에 남는 게 없어요. 의성 고운사, 예산 수덕사, 또 여기 합천 해인사…. 어쩌면 우리가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그렇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