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께서는 농활 때 경운기를 타 봐야 한다며 밭벼에 가는 일꾼들을 손수 데리러 오셨다.
이수진
밀짚모자에 목장갑, 수건을 목에 두르고 경운기와 트럭으로 이동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논밭이 아름다웠다. 이제 곧 가을이 되면 금색으로 물들 것을 상상하니 수확자의 뿌듯함이 느껴졌다.
#3.
우리가 일손을 도운 과수원은 유기농 배를 재배하는 밭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아서 일반 과수농사보다 더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무릎까지 자란 피를 보니 막막하기도 하였지만, 달팽이나 지렁이 그밖에 많은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배나무를 보니 아버님 어머님의 정성이 느껴져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줄로 앉아서 잡초를 뽑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잡초라는 것의 가장 명확한 정의는 인간에게 필요 없는 식물인데, 배나무 옆에서 넝쿨을 치며 자라는 분홍색 나팔꽃이나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자라고 있는 민들레를 뽑을 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인간의 기준으로 식물이 유익한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솎아낸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 또한 인간의 오만함이라 느껴졌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무구한 세월 속에서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고 순환하는데, 자연에 비해서 턱없이 유한한 인간이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빠른 시간 안에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 자연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