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의 전경(지난 2005년 여행 사진 중)소매물도는 투명한 바다와 맑은 하늘이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문일식
통영을 지나 거제도의 저구항에 도착했습니다. 소매물도 들어갈 때 매번 통영항을 이용하다가 이번에는 거제도에서 출발할 요량이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소매물도는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배삯도 통영에 비해 저렴합니다. 거제도에서 들어가는 소매물도 또한 또 하나의 새로움입니다. 올해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또다시 찾아가는 소매물도 또다시 벅찬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 오고, 흥분이 온 몸을 감쌉니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등대섬은 이미 가슴 속에 그렇게 못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매물도 여행은 그런 감동적인 풍경은 맛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육지 뿐 아니라 바다 역시 흐리고, 안개가 자욱 합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짙은 해무로 배가 뜰지 안 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소매물도로 들어가는 마지막 배가 오후에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배가 있었지만 기상이 많이 좋지않아 마지막으로 뜨는 배였던 모양입니다. 어차피 소매물도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었으니 마지막 배였어도 그리 개의치 않았습니다.
10여명의 승객을 실은 배는 짙은 해무를 뚫고 소매물도를 향합니다. 30분 만에 도착한 소매물도 선착장, 평일인데도 상당히 분주해 보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 여객선의 출항 유무가 불분명한 탓에 나가려는 사람도 꽤 많아 보입니다. 3년 만에 찾은 소매물도는 선착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많이 달라져 있음이 느껴집니다.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을 향하는 산 위로 올망졸망 들어선 오래된 옛 집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목조 펜션단지가 섬 중앙에 떡 하니 들어서 있습니다. 선착장 주변 바닷가도 생각보다 많이 지저분해져 있습니다. 예전같지 않음이 벌써 한 눈에 들어옵니다. 3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뒤라는 것은 까맣게 잊은 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망태봉으로 향합니다. 베낭 한가득 들어찬 짐과 카메라 가방, 그리고, 삼각대까지 152m의 망태봉 오르는 길은 다른 어떤 때보다 힘이 들었고, 몽글몽글 솟아난 땀이 얼굴과 목을 적십니다. 첫 소매물도 왔을 때 머물렀던 할머니 댁도 지나고, 예전 이장님 댁도 지납니다. 몇 번의 소매물도 추억들이 힘겨운 산길을 따라 피어오릅니다.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를 지나 망태봉 아래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등대섬을 갔다가 올라오는 사람들의 헐떡이는 모습이 계속 스치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