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북· 좌파다

[주장] 친북과 종복, 좌파와 '좌빨'의 차이

등록 2008.07.21 12:12수정 2008.07.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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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도전적으로 보이는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뉴라이트라는 껍질을 뒤집어 쓴 수구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소위 '레드콤플렉스 신드롬'을 중증으로 앓고 있는 일련의 무리들이 가진 사고의 경직성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선정적인 제목에 현혹돼 이 글을 클릭한 사람은 제 길을 찾은 것이니, 글의 논조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중에 설령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읽어 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글을 읽고 화가 나는, 바로 당신들을 위해 쓴 글이니까 말이다.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소회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필자의 견해부터 밝히고자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박왕자씨의 피격 사망이 처음 전해질 당시 사건은 의문 투성이었다. 금강산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고인이 새벽 시간에 철제 팬스를 넘어 군사보호구역 깊숙히 산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고, 북한 측이 밝힌 경위가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았다.

 

현재까지도 이 사건은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 유추해 볼 때도 몇 가지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금강산 관광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 아산 측의 책임 방기가 드러났다. 사건이 알려진 첫날 제기됐던 의혹의 대부분이 여행자의 안전을 책임졌어야 할 현대아산 측에서 군사보호구역에 대한 확실한 구분과 표지 미비 그리고 관광객을 상대로 군사보호구역 침입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을 게을리한 까닭에 불거졌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대 측의 태만이 결과적으로 소중한 인명을 해쳤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현대 측이 군사보호구역의 경계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표지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충분하게 주의를 환기시켰다면 이런 불행한 사건은 미리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당국의 해명이 현재까지도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 대해 북한은 고인의 사망 시간이나 군사보호구역 침입 경로 그리고 초병의 근무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서 사건 경위를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의 영토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측은 어쩌면 이 사건에 대해 남한 정부가 주장하는 합동조사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를 체제에 대한 외부 세계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거나 북한군이나 주민을 상대로 지도층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남한 정부와의 합동조사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가정할 때,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경협의 장래를 위해서 북한 측은 단지 남한 정부가 아니라 남한의 4천 5백만 동포를 상대로 혹은 상식적으로 일말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혔어야 마땅했다.

 

사망 시간을 조작하고 피해자의 이동 거리를 조작하는 일 등은 북한 정권을 정당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북한군 초병의 과잉 대응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사건을, 북한 정권에 대한 남한 대중의 불신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촛불이 두려운 사람들

 

박왕자씨 피격사망과 관련해서 필자가 쓴 두 개의 기사가 보수를 자처하는 인물들로 하여금 소위 친북좌파 세력을 싸잡아 공격하게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인다. 그들이 피격사건과 관련하여 친북 좌파나 진보를 공격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했다.

 

첫째는 그동안 '남측이 제공한 대북지원이 북의 호전성을 키웠다'는 지적이고, 둘째는 '진보는 왜 북측의 잘못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다.

 

한국 사회의 진보를 마치 하나의 강령이나 지휘 체계에 의해 움직이는 일사분란한 집단처럼 비난하고 매도하는 주장이 후자에 속한다.

 

이것은 어쩌면 '뉴라이트'라는 거대한 수구 기득권 집단을 모체로 가지고 있는 냉전회기세력에 속한 자칭 '애국 보수'라는 사람들이 가지는 사고의 한계일 수 있다. 그들은 '친북'과 '종북'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며, 좌파와 빨갱이를 구분하는 안목을 가지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들이 "왜 금강산에 촛불을 밝히지 못하는가?"라며 진보를 공격하는 근거는 미군의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이나 검역주권과 협상 원칙을 완전 무시하고 굴욕적으로 체결한 쇠고기 협상이 금강산 사건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 하다.

 

물론 진보가 우리 사회의 모든 중요한 문제에 촛불이나 밝히는 촛불시위 전용으로 구성된 단체가 아님에도 말이다. '당신들은 양초도 없어?' 기사에서 밝혔듯이 불의나 부조리를 접하고 분개하거나 이에 대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단지 진보 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촛불은 진보만이 밝히는 것으로 생각할까? 소위 보수 세력은 '촛불 시위에 대한 피해망상에 빠져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수'라고 칭하는 단체들 중 '진정한 의미의 보수는 없다.'고 단언할 만큼 한국의 보수는 곧 수구 기득권 세력의 또 다른 얼굴에 불과했다. 이것은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 근대사의 축복'이라고 주장한 안병직. 임헌조. 김진홍 같은 대표적인 수구 인사들을 인적 구성으로 가지고 있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보수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한국의 수구세력들은 언제나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혁신의 대상이었으며, 청산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촛불이 원하는 개혁의 종착역에는 늘 자신들이 있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촛불에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고의 경직성'을 들 수 있다. 한국의 보수는 주입식 암기 교육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며 살아온 세대들이다. 따라서 '사유함으로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 식의 사고는 그들에게 있어서 불손하고 위험 천만한 사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의 뇌리에는 '촛불=진보(혹은 빨갱이)들의 전형적인 투쟁수단'이라는 공식이 각인 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에는 단지 진보 뿐 아니라 정치색을 띠지 않은 많은 시민과 학생들 심지어는 보수의 극단에 서 있는 박사모 회원들까지 참가했었다. 쇠고기 반대 촛불을 켜고도 금강산에 촛불을 밝히지 않기는, 단지 진보 뿐만 아니라 중도 시민 그리고 박사모 회원 같은 수구 단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미선효순 사건과 쇠고기 파문의 본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과연 여중생 압사 사건과 쇠고기수입 반대가 단지 반미를 위한 투쟁이었을까?

 

여중생 압사 사건에 시민들이 분개한 것은 단지 미선. 효순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교통사고로 연간 수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우리 현실에서 가해 차량이 단지 미군 장갑차라는 이유만으로 촛불을 밝혔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당신들이 무지한 탓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국가의 자주권이라 할 수 있는 수사권이나 재판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했고, 운전병이나 관측병 그리고 관련 지휘관 등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못했다. 이야말로 '가해자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군이었기 때문이고, 미국의 다른 동맹국에 비해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채결된 sofa 협정' 때문이었다. 우리 시민들이 이 사건에 촛불을 밝힌 것은 억울한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고, 가해자에 대해 사법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부조리와 불평등을 바로잡자는 것 이었다.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 시민들이 분개한 것은 단지 뼈있는 쇠고기나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결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 협상이 국가간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수칙조차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굴욕협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협상은 이면에 우리의 검역주권 포기와 건강주권포기 같은 광우병 이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 시민들은 협상 타결을 배후에서 조정한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의 존재를 인지했다.

 

미선. 효순 사건이 불합리한 sofa 협정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미군의 사죄를 촉구한 반면,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대상국이 미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차례도 반미 구호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것은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는 뜻이다. 쇠고기 수입 파문은 '미국의 對한국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친북과 종북, 좌파와 좌빨 어떻게 다른가?

 

박왕자씨 피격사망사건에 대해서 쓴 필자의 글에 달린 리플들의 수준은 상식 이하였다.

두 개의 글 어디에도 비무장 관광객에 총격을 가한 초병의 당위성을 옹호한 내용이 없었음에도 단지 그 사건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좀더 냉정하게 접근하려 했다는 이유로 원색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들은 친북과 종북을 구분하지 못하며, 좌파와 빨갱이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 채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친북과 종북의 차이는 명백하다. 평화통일을 통일의 방법론으로 우리 사회가 동의한 바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친북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통일에 접근하자면 남과 북이 서로를 용납하고 차이점을 인정하며 점차적으로 동질감을 회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 역시 친북주의자가 분명하다.

 

반면, 종북주의는 말 그대로 북한에 종속되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주의를 말한다. 나와 교류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최종 지향점이 북한식 사회주의'라거나 '북한에 동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혀 접한 바 없다. 단지 통일을 이루는 그 순간까지 북의 체제를 존중해주자는 것이고, 한 가지 체제의 우월성을 강요하는 일방주의를 지양하자는 것뿐이다.

 

좌파와 빨갱이(좌빨)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좌파라 함은 단지 우파의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무한자본주의가 가지는 구조적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하여, 경쟁에서 뒤쳐진 사회적 낙오자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개념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의료보장이나 노후 보장 같은 복지 정책은 모두가 좌파적 개념의 정책이고 누진세나 부동산 과다보유 중과세 역시 좌파적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빨갱이(좌빨)라는 집단은 적어도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위 '좌빨'이나 '빨갱이'라 함은 곧 공산주의자(communist)를 지칭하는 말이다. 공산주의자는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사회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공산주의의 시도는 이미 실패했다.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며, 북한 역시 개방 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코뮤니즘을 신봉하는 사람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 답은 자명하다.

 

결론은 당신들은 있지도 않은 빨갱이를 두려워하는 것이며,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극 소수에 불과할 종북주의자들의 파괴력을 겁내는 겁쟁이들이거나, 있지도 않은 위기를 침소봉대하여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선동가들이란 것이다.

 

막강한 기득권을 가진 수구 세력이 존재하지도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세력이 미미한 종북주의자나 빨갱이를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고 보았을 때, 당신들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막연한 거부감과 공포감을 가지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당신들은 매우 음험하며 솔직하지 못하다. 톡 까놓고 이야기 해 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7.21 12:1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강산피격 #좌파 #뉴라이트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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