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노래는 합창이 되고...
Boyana Film
1973년 9월 11일의 칠레에서 일어난 실화를 재현한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Il Pleut Sur Santiago)>라는 영화가 있다.
당시 칠레는 살바도르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내세운 인민연합(Unidad Popular) 세력이 집권하고 있었다. 1970년 칠레에서는 사회주의를 내세운 세력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기대와 관심 속에 집권한 아옌데 정부는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 장군의 보수반동 쿠데타로 무너지고 만다. 이 쿠데타의 작전명이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였다.
영화의 후반부. 쿠데타군에 의해 잡혀온 수많은 사람들이 체육관 안을 빙 둘러 가득 메우고 있다. 그들은 모두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로 손을 머리 뒤쪽으로 올리고 있다. 적막조차 두려워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 상황.
어디선가 송아지만큼이나 큰 눈망울을 한 남자가 인민연합 찬가인 <우리 승리하리라(Venceremos, 벤세레모스)>를 부르기 시작한다. 군인들에 의해 끌려나온 그는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맞아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벤세레모스>를 부르는 것을 그치지 않는다.
<우리 승리하리라(Venceremos)>작사: 끌라우디우스 이뚜라작곡: 세르히오 오르떼가조국의 깊은 시련으로부터민중의 외침이 일어나네이미 새로운 여명이 밝아와모든 칠레가 노래 부르기 시작하네불멸케 하는 모범을 보여준한 용맹한 군인을 기억하며우리는 죽음에 맞서결코 조국을 저버리지 않으리 <후렴>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수많은 사슬은 끊어지고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우리는 비극을 이겨내리라농부들, 군인들, 광부들그리고 이 땅의 모든 여성과학생, 노동자들이여우리는 반드시 이룩할 것이다영광의 땅에 씨를 뿌리자사회주의의 미래가 열린다모두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자이룩하자, 이룩하자, 이룩하자.
<후렴>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수많은 사슬은 끊어지고,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우리는 파시즘의 비극을 이겨내리라목숨을 걸고 부른 '우리 승리하리라(벤세레모스)'는 체육관의 적막을 깨고 군중들의 합창이 된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군인들은 이 남자를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찍는다. 용기의 대가를 치른 이 남자의 이름은 '빅토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