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끄는 모습이 겸손해 보였습니다. 저도 담배꽁초를 줍는다고 떠벌릴 게 아니라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며 우주 그 자체를 보는 듯 했습니다.
권성권
왜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골목길을 청소하고 계셨을까? 궁금한 것은 좀체 못 참는 성미라 여쭈어 볼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나이가 많으신 데도 앞으로도 계속 청소하실 생각이세요?”
“그렇죠. 그래야만 왠지 눈 뜬 기분이거든요.”
“하루 세끼를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것과 같은가요?”
“그렇죠. 그래야만 뭔가 손에 잡히거든요.”
차상진 할아버지는 정말로 아침에 눈만 뜨면 자신이 맡고 있는 골목길에 마음과 눈이 쏠린다고 한다.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골목길 청소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래야만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들고, 그래야만 어정쩡하지 않는 개운한 맛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하늘과 땅을 지으셨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믿음의 차원을 넘어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른바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천지를 창조하셨다면 그것은 ‘나’라는 좁은 우물에서 탈피해야 함을 뜻한다. 진정 이 땅이 하나님께서 배려하신 광활한 우주임을 믿는다면 자기 자신을 벗어나 사회와 인류를 품고 살아야 함이 마땅한 바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 본다면 차상진 할아버지가 골목길을 쓰신 것은 단순한 골목길을 쓰신 게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우주의 한 부분을 쓰신 것이요 곧 우주를 청소하신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차상진 할아버지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땅을 밟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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